5년 전 기초의원 자리를 빌미로 금품을 챙긴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울산 북구)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경찰 수사 방향과 결과가 내년 총선을 앞둔 지역 정치권의 새 뇌관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의원은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기소까지 이어지더라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1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주 이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의원은 2018년 6월 치러진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북구의회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를 통해 A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후 기초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받지 못하자 크게 반발하며 이 의원실 선거캠프를 상대로 금전 거래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등록한 공식 후원 계좌로만 받을 수 있고, 1인당 낼 수 있는 정치자금은 5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경찰은 지난해 중순 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진술 확보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경찰은 얼마 전 당적을 가진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끌어내 여기에 대한 이 의원의 입장을 묻는 등 마무리 보강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의 관건은 A 씨가 건넨 돈이 선거캠프를 거쳐 이 의원에게까지 전달됐는지 밝히는 것이다. 사건 당시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는 A 씨에게 기초의원 비례대표 자리가 돌아가지 않을 경우 받은 돈을 돌려준다는 공정증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러 물증과 진술을 토대로 A 씨가 이 의원실에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보고 이 과정에 이 의원이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이 의원은 (A 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의원 본인은 물론 지역 야권까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에 야당 현역 의원을 수사하는 터라 차후 야권의 집중 공세도 예상된다.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지역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울산 6개 선거구 중 북구만 민주당 의원이고 나머지 5곳(중, 남갑 남을, 동, 울주)은 모두 국민의힘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재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한 이 의원은 2020년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울산 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