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달리던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들이받았다. 사고 구간은 보행자 신호등이 꺼져 있었던 데다 속도위반 카메라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 35분 만덕동 백산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40대 남성 A 씨가 몰던 포터 차량이 20대 교사 B 씨를 들이받았다.
B 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운전자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백산초등 뒤편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씨를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구간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하는 곳이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이나 피해자가 성인이기 때문에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으로 운전자 A 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사고 당시 속도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사고를 놓고 B 씨 가족 측은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고가 난 백산초등 뒤편 삼거리의 보행자 신호등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가 교통상황과 안전표지에 주의하며 서행하도록 돕는 황색점멸신호등은 작동하고 있었지만, 경사로 인해 달리는 차량에 속도가 붙기 쉬워 보행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백산초등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속도위반 카메라 1대가 설치된 데 반해 사고 구간에는 속도위반 카메라가 한 대도 없었다.
B 씨의 가족 측은 “학생들이 등·하교 중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구간”이라며 “관련 기관들이 책임을 지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구간 인근 빌라가 밀집해 교통량이 많고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해 황색점멸신호등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안다”며 “초등학교에서 정상 신호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전문가와 관련 기관들이 신호체계 변경 여부와 대책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