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열리고 있다. 요즘 핫한 전시 중의 하나이다. 한국 미술사조에 대한 관심이 단색화에 이어 실험미술까지도 확대되고 있는다는 현상은 고무적인 일이다.
단색화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실험미술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미술의 정체성 정립을 주장했다. 당시 대표적 서구 미술 운동이었던 앵포르멜 운동에 저항하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활동으로 생겨났으나, 정치적 억압과 미술계의 현상들로 인해 어쩌면 결실을 보기 전에 지고 말았던 장르이다. 그러나 실험미술은 한국미술의 층이 더욱 두텁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운동이었다. ‘아방가르드협회(AG)’, ‘제4집단’, ‘ST(space & time)’ 등이 당시 실험미술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그룹이다.
김구림(1936~) 작가는 아방가르드협회 창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제4집단을 설립했다. 미술의 개념을 확산하고 영화, 문학, 음악 등 예술의 다른 장르가 미술과 합체 되고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의 작업 성향은 아주 다양하게 전개됐다. 미술과 영화 그리고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온 그의 작업 중에 16mm 필름으로 만든 ‘1/24초의 의미’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런던 테이트 모던에 소장되어 있다.
1987년도 작품 ‘풍경’은 여섯 개의 캔버스를 연결한 작품이다. 전체로 바닷가의 고즈넉한 풍경 하나인데, 캔버스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다. 김구림은 기본적으로 실험미술 작가로 잘 알려져 있기에 그의 작업에서 이처럼 풍경을 그린 작품을 보기 어렵다. 한국화 기법을 연상하게 하는 선만으로 표현된 부분, 단색조로 표현한 부분, 점묘기법으로 표현한 부분, 형상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등 각각 독특한 기법을 적용했다. 전체의 화면은 중후한 구상 풍경화로 김구림의 수작으로 꼽힌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BMA컬렉션, 미술관 보고 들여다보기’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작품 중 일부는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 기획전 ‘영점’에서 직접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