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맨손으로 수조의 물을 떠마시는 장면을 연출한 것과 관련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수조 속의 생선들도 황당했을 것 같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국회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 단위로 '횟집 회식'에 나서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같은 달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바 있다. 윤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에는 "민주당은 오염수가 위험하다고 선동하면서 수산물을 많이 구매하라고 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고 자가당착이 끝을 모른다"며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 식 선동 때문에 어민과 수산업 상인들이 아우성"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영선 의원은 이날 여당 기재위 의원들과 함께 수산시장을 둘러보던 중 한 횟집 앞에서 "이 물 먹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더니 갑자기 수산물이 담겨있는 수조의 바닷물을 여러 차례 손으로 떠서 마셨다. 류성걸 의원이 "해수예요? 이것도?"라고 묻자 상인은 "해수가 아주 정수됐다"고 설명했고, 김 의원의 "물 좀 한 번 드셔보세요"라는 권유에 류 의원도 수조 속 물을 손으로 떠 마신 뒤 "이거 완전 바닷물이네, 짭조름해"라며 감탄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에 방류해 우리 근해까지 온 거기 때문에 지금 (일본이) 방류하는 것보다 훨씬 진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어민들 힘내십시오"라며 "화이팅"을 외쳤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날 여권 의원들 행동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야권에서도 "발상 자체가 기괴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산시장 수조의 물을 마시는 걸 보여주면 국민들이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느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면서 "아직 핵 오염수는 방류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바닷물, 그것도 노량진 수조의 물을 맨손으로 떠 마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원내대변인은 "(여권이)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조급해 보인다. 왜들 이러시는 건가?"라며 "국민들의 대다수가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쇼, 끝은 없는 거야!"라면서 "국민의힘 노량진 수조쇼, 부끄러운 국민기망입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여당의 바닷물 수조 먹방쇼는 그야말로 90년대 어떤 노래가 생각나는 웃기는 행보"라면서 "수산시장가서 수조에 있는 물을 마시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불안이 해소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박 의원은 "쇼할 게 아니라 성의있는 해명으로 횟집 안전하게 갈 날 머지 않은 것 같다는 국민들의 한탄과 불안에 공감하고 설명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면서 "아무리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해도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앞에 두고 이러는거, 정말 부끄러운 줄 알고 아부도 작작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하는 행동이 횟집의 해삼 멍게 수준이니 국민들이 개탄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