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김해공항 중장거리 노선 공모에 3개 항공사의 노선이 접수됐다. 국토교통부의 ‘운항 허가’ 턱을 넘어야 실제 운항이 가능한데, 이번 공모로 업계의 부산발 노선 취항 의지가 확인돼 김해공항 장거리 노선 확보에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는 3일 "지난달 30일까지 접수한 김해공항 국제항공노선 신규취항 항공사 공모에 3개 항공사로부터 총 3개 노선 신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번 공모에는 정기편과 부정기편 노선이 접수됐는데, 모두 동남아를 오가는 노선이다.
시는 지난 5월 31일~6월 30일 한 달간 2023년 1월 1일 이후 새로 취항하는 2500km 이상 중장거리 정기 여객노선과, 연 4회 이상 운항하는 5000km 이상 장거리 부정기 여객노선을 공모했다.
시는 매년 공모를 진행하는데, 통상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노선이 접수됐다. 다만 접수 후 실제 취항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시 공모는 취항 후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한 과정이고, 각 항공사는 국토부의 운항 허가를 받아야 본격적인 운항을 할 수 있다.
신규 취항이 현실화되면 시는 항공사에 운항 편당 최대 1500만 원을 예산 한도 내에서 1년간 지원한다. 중거리는 편당 500만 원, 장거리는 편당 1000만 원, 장거리 부정기편은 편당 1500만 원이다. 중거리 노선은 운항기간 평균 탑승률이 80%를 넘지 않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장거리 노선은 탑승률에 관계없이 지원한다. 시는 지난 4월 국제항공노선 확충 지원조례를 개정해 복수 항공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부정기편 운항 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장거리 국제노선 불모지인 김해공항에서 장거리 노선 취항은 오랜 과제다. 부산의 첫 유럽 직항 노선으로 주목을 받은 핀에어의 핀란드 헬싱키 노선은 2020년 3월 취항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미뤄졌고, 결국 보류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해 러시아 영공 대신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했는데, 13시간 이상 걸리는 운항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운항거리가 5000km 이상이라 장거리로 취급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 노선도 업계의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항공회담이 진행돼 운수권 확보와 지역 공항 운수권 배분이 기대되는 데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은 인도네시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어 수요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당초 편당 최대 1500만 원에 불과한 시 보조금 규모 때문에 항공업계의 신규 취항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당 보조금이 너무 적어서 몇몇 항공사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그동안 신규취항 예산이 거의 소진되지 않아 보조금을 확대하기 어려웠다면서 이번 공모에서 다수 항공사가 취항에 성공한다면 금액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시 공항기획과 관계자는 “그동안 공모를 진행해도 실제 취항까지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생겨 확보한 예산을 모두 소진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여러 항공사에서 지원금을 받아간다면 향후 보조금 확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거리 노선 유치 확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달 중거리 노선인 싱가포르 신규 취항이 예정돼 있다”며 “중거리 노선이 쌓인다면 장거리 노선 수요도 점차 늘 것이다. 그에 따른 신규 노선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