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블록체인 시장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투자에 적극적이던 싱가포르 국부펀드마저 해당 투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로힛 시파히말라니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 회견장에서 “가상자산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 가상자산 유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테마섹이 말한 규제 불확실성에는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블록체인 기업 간의 법정 다툼에 기반한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XRP) 랩스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더불어 지난 6월에는 글로벌 선두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연이어 기소하면서 가상자산 산업과 규제기관 간 대립이 격화됐다.
이에 더해 테마섹의 FTX 거래소 투자 실패도 가상자산 유관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 테마섹은 작년 11월 “FTX에 대한 2억 7500만 달러의 투자가 0의 가치로 수렴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당시 FTX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10만 명 이상의 채권자와 약 66조 원(50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남기며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에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었던 로런스 웡은 “이번 손실이 실망스럽고 싱가포르의 명성에 손상을 줄 것”이라며 해당 투자 손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은 비단 테마섹만은 아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루트데이터가 8일 공개한 가상자산 투자 유치 트렌드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의 블록체인 시장 투자 규모가 작년 6월 대비 약 70% 감소한 6954억 원(5억 377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나문기 기자 mg@bonmedi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