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포’ 대만에서 온 이유는…“제3국 중개우편 시스템 때문”

입력 : 2023-07-26 08: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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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대만을 단순 경유한 우편물
대만은 엑스선검사만 한뒤 3국 발송
중국발 물류가 대만 경유 주요 고객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의정부우체국에서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의정부우체국에서 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정체불명이 우편물이 배송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린 가운데, 이 우편물이 대만에서 발송된 것은 대만 우정 당국의 독특한 우편물 중개 시스템 화전우가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물류업계의 분석이다.

26일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 대량 발송된 국제 우편물은 당초 대만발로 알려졌다가 중국에서 대만을 단순 경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에 해당하는 대만의 중화우정은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화물을 역내 반입하지 않고 엑스선 검사 등 간단한 안전 검사만 거쳐 제3국으로 발송하는 화전우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유 항공편이 많고 항공권가격도 저렴해 이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송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알리 익스프레스 등 해외 배송이 많은 중국발 물류가 화전우 주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국내에 대량 발송된 우편물 봉투에 'CHUNGHWA POST'라고 쓰인 것도 화전우를 거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 타이베이로 적힌 주소는 실제 발신자 주소가 아니라 대만 우체국 사서함 번호라는 분석이다. 이 주소는 2020년 미국 정부가 ‘브러싱 스캠’으로 판단한 중국발 씨앗 소포 때도 사용됐다.

대만 당국은 이 소포가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 우편으로 발송됐고 중화우정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송 기록이 남지 않는 ‘통상 우편’을 사용한 점도 발신자 추적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국제 우편물은 편지·인쇄물 등 통상 우편과 물품을 보내는 소포, 가장 빠르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국제특급(EMS) 세 종류로 구분된다.

이 중 통상 우편을 통해 편지나 서류 외에도 2kg 이하의 작고 가벼운 물품까지 보낼 수 있다. 가장 저렴한 데다 배송 기록이 남지 않아 통상 우편이 브러싱 스캠 사기에 주로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우정 당국도 대만의 화전우처럼 국가 간을 중개하는 환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브러싱 스캠에 악용될 소지는 없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 설명이다. 우리나라를 거쳐 제3국으로 발송되는 우편 환적 서비스는 화전우와 달리 추적 조회가 가능한 EMS와 ‘K-패킷’ 두 종류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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