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코앞에 두고 일본 어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올여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에도 변함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둘러싼 가짜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소마후타바 어업협동조합(어협) 곤노 도시미쓰 조합장은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만나 “800명이 넘는 조합원과 그 가족, 중매인의 불안을 불식할 대책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소마후타바 어협의 다른 어민들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산 생선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듣을 때마다 몸서리친다. 지긋지긋하다” “우리의 생활을 마지막까지 지켜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의 어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며 정부가 소문(풍평)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300억 엔(약 2710억 원)의 기금을 오염수 방류 전이라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 어민들과의 면담에서도 같은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곤노 조합장은 니시무라 경제산업상과 면담을 마친 이후 “방류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경제산업상이 모든 조합원 앞에서 (방류 계획 등을) 설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방류가 시작되면 원전이 폐기될 때까지 문제를 안고 있게 된다”며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인 안전은 확인됐다고 하지만, 안심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후 후쿠시마현 남부 이와키시 어협의 어민들과도 면담했다. 이와키 지역의 한 어민은 “처리수와 오염수(정화 처리 이전의 물)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도 있을 정도로 기초적인 지식이 널리 퍼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 움직임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면담 일정이 종료된 뒤 “정중하고 정확하게 답하는 것으로 (어민들과) 신뢰 관계를 깊게 하고자 한다”면서도 올여름으로 예고된 오염수 방류 시기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 각료들은 오염수 방류 개시를 앞두고 최근 원전 주변 어민들을 부쩍 많이 만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방류를 시작하기 전에 사카모토 마사노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어민들에게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동영상 등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만든 동영상은 공개 3개월여 만에 조회수 500만 회를 돌파했다.
한편 오는 18일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에 오염수를 둘러싼 중국발 가짜 정보에 대한 대응책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중국발 가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문제의 하나로서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오노 히카리코 일본 외무성 외무보도관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악질적인 허위 정보 확산에 필요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아세안+3(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회담에서 일본과 중국은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중국 측은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기준도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해관총서(세관)가 지난달 7일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식품에 미칠 영향을 주시한다면서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전면적인 방사선 검사를 개시, 사실상의 수입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