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동구 소재 미군 55보급창과 남구 소재 8부두를 2029년까지 남구 신선대부두 끝단에 위치한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공식 계획 발표에 이어 이달 중순께 국방부에 공식문서를 보내 이들 군사시설에 대한 이전 제안을 본격화한다. 시가 보낸 공문은 국방부와 외교부를 거쳐 주한미군에 전달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미국 국무부에 협상권한위임 요청을 하고, 승인을 받으면 국방부, 외교부와 소파협정을 바탕으로 군사시설 이전에 대한 공식 협상을 개시하게 된다. 시는 이 절차가 가능한 조속히 진행돼 내년 상반기 내에 3자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들 시설이 최종 이전하기까지 약 7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비를 투입하되 부족할 경우 지방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8월 조성된 55보급창(22만여 ㎡)은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지로 이용되던 부산항 8부두(4만여 ㎡)로 반입되는 미군 군수물자와 장비를 일시 보관·저장했다 전국의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두 부지는 70년 이상 미군 시설로 활용돼 시민 접근이 어려운 단절된 장소로, 개발에서 배제돼 이전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져왔다.
특히 55보급창은 부산시민공원에서 도시하천인 동천을 거쳐 바다까지 연결하는 곳에 위치해 있고, 2030세계박람회 개최 때 박람회장과 인접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이로 인해 북항 재개발사업은 물론 원도심 개발에 있어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부지로 평가돼 왔다.
이에 시는 2015년부터 55보급창 이전을 자체 추진했으나 이전 부지 선정, 중앙부처 협의, 재원 조달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55보급창과 8부두 이전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세부 실천과제로 선정되면서 국방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와 주한미군과의 협의를 활발히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상반기 수 차례에 걸쳐 정부 관계자들이 현재 부지와 이전 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며 공감대를 키워왔다고 전했다. 주한미군과의 협의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들이 원하는 이전 부지 조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군사시설 이전을 기피하는 주민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날 부산시장의 기자회견과 동시에 남구청이 보도자료를 내고 ‘55보급창 이전 일방적 결정 유감’ 입장을 밝혔다.
오은택 남구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주한미군 시설인 55보급창의 이전 필요성이 대두됐고,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이 언급돼 왔다'면서 '남구는 이전지가 어디가 되든 해당 지역의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밝혀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단 한 차례의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이전 결정 발표를 강행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신속한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이전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시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충분한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시장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상징인 55보급창과 8부두는 단절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공식 문서 전달로 오늘 이들 군사시설 이전이 첫 발을 내딛는 만큼 앞으로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전 후보지 지역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협의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