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가 찻값 인상과 보조금 지급 삭감 등으로 상반기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기차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돌고 있고, 전기차 제조 메이커들도 감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보조금 대상이 되는 차량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상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
8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상반기 판매된 국산 전기차는 6만 3136대로 지난해 동기 5만 4645대에 비해 15.5%(8491대)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109%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주요 전기차 모델들의 월 평균 판매 대수도 감소세다.
기아 ‘EV6’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2071대 정도 팔렸으나, 1~7월는 1761대로 월 300대 가량 줄어든 모습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해 월 평균 2283대에서 1~7월엔 월 평균 1551대로 700대가량 급감했다.
수입차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의 경우 2021년 6340대에서 지난해엔 2만 3202대로 266%나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6월까지 1만 81대에 그쳐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수준의 판매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최근 일부 협력사에 제네시스 ‘GV60’와 ‘아이오닉 6’ 등의 일부 차종 부품을 차종별로 15~20%씩 줄여달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감산에 나선 셈이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전기승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7일 기준으로 부산에서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고 출고한 차량은 2456대로 올해 지원하기로 한 4184대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에도 올해 확보한 4372대 가운데 구매보조금을 받은 차량은 2472대로 부산시와 비슷한 비율이다. 서울과 대구의 경우 보조금을 받고 출고한 차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탄소중립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만해도 서로 보조금을 받으려고 줄을 섰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전기차의 찻값은 비싸졌는데 정부가 보조금을 낮췄고, 급속충전기 보급 부족 등 충전기 문제도 다소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순수 전기차 GV60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작 가격을 503만 원 인상했다. 지난 6월 출시된 EV9의 경우 찻값이 7728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신기술 옵션을 전부 선택하면 1억 원이 넘는다.
또한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 가격을 올해부터 5700만 원까지 높이면서 혜택 대상을 늘렸지만, 보조금 액수는 2020년 820만 원에서 올해 680만 원으로 깎은 것도 전기차 수요 부진에 한몫했다. 여기에 충전 스트레스, 전기차 충전단가 인상, 전기차 화재 등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값 전기차’ 출시 예고
이 같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3000만~4000만 원 낮춘 중국산 ‘모델Y’를 국내 선보였다. 찻값이 5699만 원으로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다음 달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단 ‘레이’ 전기차를 내놓는다. KG모빌리티가 다음 달 출시할 ‘토레스 EVX’는 보조금을 다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2026~2027년 3000만 원 미만의 ‘반값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볼보자동차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 ‘EX30’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기차 플랫폼 기업 차지인의 최영석 대표는 “최근 2년간 전기차 시장은 과속성장을 했고, 수요 둔화 상황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면서 “살 사람만 전기차를 구매하는 분위기에서 경제형 모델은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고, 실수요층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