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와 도로의 지하화를 통한 입체적인 인프라 구축이 국토 과밀 문제의 해법입니다.”
23일 국토교통부-부산시 현안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날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경부선 지하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원 장관은 국토부가 지하차로와 지하철로 등 적극적인 지하화를 추진해 국토 과밀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국토부는 철로 상부의 구도심 공간을 미래 도시 공간으로 재구조화하고, 철로로 단절된 지역을 복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연내 발의한다. 이와 함께 사업별 가능한 구간 등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검토하는 법정종합계획 수립도 착수한다.
원 장관은 경부선 지하화에 앞서 특별법 추진 등의 선행 절차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경부선 지하화와 관련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하고 상부의 개발 이익의 지하화에 쓰도록 하려면 특별법 통과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부산시에도 “경부선 지하화 이후 지상 활용 방안 등을 타당한 아이템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제시해 준다면 국토부가 이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며 경부선 지하화가 좋은 시범사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아울러 국토부의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부산시의 꾸준한 응원도 부탁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지방 분산 정책을 쓰긴 했지만, 정책 효과가 수도권의 집중화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균형발전이 일그러졌다”며 “혁신도시 조성 등 과거 접근했던 방식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새롭고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2의 경제권인 부울경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도 원 장관이 꺼내든 아이디어 중 하나다. 형평성에 맞춘 나눠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인재를 모아 국제적인 도시 기능만 부가하면 저절로 굴러갈 수 있는 경제권에 주목하겠다는 이야기다. 원 장관은 “부산만 가능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부산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임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국토부는 현안마다 논의 과정에서 잦은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그러다보니 지역 내에서도 중앙부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앙금처럼 계속 쌓여 온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덕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숙원사업인 동시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국토부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로 비치겠지만, 국토부는 공항 전문가의 의견과 부산의 요구 사이 중간 지점에 서 있다”며 “중재자 역할을 국토부가 하고 있을 뿐이지 자의로 부산의 의지를 꺾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위해 원 장관은 가덕신공항 추진단 등에는 애향심이 있는 부산 출신 직원을 배치하고 부산시와 국토부 간 소통의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가덕신공항과 별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장기화되면서 부산 하늘길에 불똥이 튄 상황은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에어부산은 모기업 아시아나가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손발이 묶였다. 인천과 대구에 본사를 둔 LCC들은 중장거리 노선을 확충하고 신형 항공기를 발주하고 있지만 에어부산은 투자는커녕 임금 인상도 못 해 직원을 경쟁사로 뺏기고 있는 형편이다.
원 장관은 “독점 해소 방안을 내놓으라며 두 회사의 합병을 미국과 EU 등지에서 반대하고 있어 그 향배를 국토부도 속단할 수 없다”라며 “부산에서 해외로 나가려는 지역민의 수요, 해외에서 부산으로 오려는 외국인의 수요 모두 풍부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합병이 가부간에 결정이 나야 국토부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국토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부산 시민도 알아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특사로 파라과이 등지를 돌며 해외 지지세를 확보 중이고, 국토부는 방문지에 합당한 원조나 인프라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며 “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회의를 부산시가 직접 유치하도록 해 부산의 인지도를 높이도록 한 것도 국토부”라고 밝혔다.
특히, 원 장관은 박형준 부산시장과는 핫라인이 별도로 필요 없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며 “부산시와 국토부는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덕신공항과 여기서 파생되는 도로와 철도 등 광역교통망은 엑스포를 계기로 국토부에서 사활을 걸고 지원하겠다”며 “그간 문턱이 높았던 국토부의 과거는 잊고 지역과의 협력회의를 주기적으로 열고 현안이 있으면 실무자와 함께 찾아가는 국토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