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러운 청년, 신혼부부들이 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오피스텔 공급이 부산에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주택 수 산입, 높은 담보 대출 금리 등으로 오피스텔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8월 부산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49가구에 불과하다. 지난 6월 부산진구 부암동에서 해피투모로우쥬디원만 분양했다. 지난해 2743가구, 2021년 175가구, 2020년 3035가구를 분양했다. 2020년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2021년 물량을 앞당겨 분양한 것을 고려하면 매년 평균적으로 2000가구 수준으로 공급됐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수년 전부터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오피스텔이 아파트로 가기 전 주거 사다리로 활용되는 만큼 공급이 크게 줄면 청년, 신혼부부 등이 도심에 거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오피스텔 분양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근 오피스텔이 부동산 시장에서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시장 급등기에 아파트의 대체재로 인기가 있었지만 2020년 정부가 이를 주택 수에 포함시키며 큰 타격을 입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에 따라 업무시설로 분류돼 아파트보다 높은 4.6% 취득세를 낸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높고, 정책금융상품 혜택도 받지 못한다. 오피스텔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던 주택 수 미포함 혜택이 사라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오피스텔의 거래량도 크게 줄고 있다. 지난 1~8월 부산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2102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3392건, 2021년 4097건이어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수요가 줄다 보니 오피스텔 공급 역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부산의 아파트 미분양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7월 기준으로 2021년 982가구에서 2020년 1503가구, 2023년 2258가구로 늘고 있다. 오피스텔은 미분양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지만, 아파트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만큼 상황은 더 심각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부산 동래구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나온 매물을 뜻하는 소위 ‘마이너스 피’는 거의 없지만 오피스텔은 워낙 거래도 없고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마이너스 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형태가 주거 사다리로 쓰일 수 있다. 정비할 부분이 없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부동산업계에서는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이슈화되자 원 장관이 ‘아파트와의 형평성 문제’를 이야기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주택 수 제외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비싼 아파트의 대체재인 오피스텔의 미분양 해소와 공급 활성화를 위해 중소형 실거주용 오피스텔에 대해선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춤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 공급 부족 상황에 닥치면 또다시 폭등할 수 있는 만큼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청년층을 위한 오피스텔 관련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협의회도 최근 아파트 부족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아파트 부분에서 공급 물량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