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입은 상처, 학교 떠나도 트라우마… 전 생애적 폭력 사회

입력 : 2023-09-17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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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성인 돼서도 불안·우울·공황 등 겪어
군대·기업으로 괴롭힘 연장… 신고도 꺼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경남에서 3년째 특수교사 생활을 하는 A 씨는 올해 초 한 학생이 던진 슬리퍼에 뒤통수를 맞았지만 교사로서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 10년도 더 지난 고등학교 시절 공포의 경험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0년 자신의 뒷자리에 앉은 이른바 ‘일진’은 수업 시간마다 선생님의 시선을 제대로 가려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실내화로 그의 머리를 지속적으로 내려쳤다.

A 씨처럼 학교폭력 경험자 대부분은 학교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옛 상처 때문에 현재의 삶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 중 62.7%는 '학교폭력 피해자는 성인이 돼서도 불안, 우울,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 대인관계에서의 위축, 자존감 하락 등을 겪는다'고 답했다.

문제는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내린 수직적 문화 때문에 학교폭력은 풍토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논문 ‘대학생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개선을 위한 예방대책 방안 연구’를 보면 전국 4년제 대학생 10명 중 3명가량은 대학에서 학교폭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66.3%는 경찰이나 학교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한 경우(27.9%)보다 약 2.3배 많은 것인데, 그만큼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방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인터뷰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대학생의 학교폭력 신고율이 낮은 이유로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 측의 조치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군대에서 폭력은 개선되고 있지만 근절되지는 않았다. 지난 6월 군 관련 제보 창구 중 하나인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해병대 부대 생활관에서 선임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후임병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엎드려뻗쳐’ 시킨 채 주먹과 발로 위협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대전에서 PC 관리 업체에 근무하는 학교폭력 피해자 B 씨는 “누군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에 시달린다. 내가 겪은 군대가, 직장이 문제없었다고 해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누구라도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나부터 주변을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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