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는 ‘담배’일까 아닐까. 담배사업법상 ‘담배 유사 제품’으로 분류되므로 담배는 아니라는 게 답이다. 따라서 실내 흡연의 규제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최근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멤버 디오가 대기실에서 무니코틴 전자담배를 피워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무니코틴 제품은 금연구역 흡연 때 ‘무니코틴’을 소명해야 한다. 하지만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를 사용했다는 소속사 측의 소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제품의 성분 설명이나 안내서를 통해 무니코틴을 입증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담배에는 잘 알려진 니코틴이나 타르 말고도 독성 물질이 많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연초 담배의 연기는 70여 종의 발암 물질, 7000여 종의 화학 물질을 내뿜는다. 니켈, 벤젠,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니트로사민, 염화비닐, 비소, 카드뮴 등이 그런 발암 물질의 대표적인 이름들이다. 전자담배는 어떨까.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유통되는 유사 담배 21개 종 가운데 20개 제품에서 발암 물질 등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국내외 연구 결과는 그 불안전성과 부작용을 끊임없이 경고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담배의 유해 성분을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제조사가 담뱃갑에 표시하는 니코틴과 타르의 함량, 그리고 6가지 발암 물질의 이름이 전부다. 일반 담배가 아닌 전자담배엔 이런 표시 의무마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이 담배 성분 정보를 철저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당국 홈페이지는 유해 성분이 사람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소상히 알린다. 화장품과 의약품도 전부 다 하는 성분 공개가 담배 영역에서만큼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게 바로 한국이다. 관련 법안들이 10년 전부터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규제 방안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소식이다. 담배 회사가 유해 성분 검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담배의 유해 성분 공개는 국민의 건강, 알 권리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국가의 의무요 도리다. 이제 입법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