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꼭 세워야겠습니까” 거리로 나선 기장 주민들

입력 : 2023-09-19 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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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남부건설본부 앞 시위
“자연·주거환경 훼손” 강조
시위 후 한전과 면담 진행
“지중화 안 되면 결사 반대”

부산 기장군 일광읍 주민들은 19일 오전 부산 서구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 반대 집회를 연 뒤 본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 제공 부산 기장군 일광읍 주민들은 19일 오전 부산 서구 한국전력 남부건설본부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 반대 집회를 연 뒤 본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 제공

부산 기장읍~장안읍을 잇는 154kV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 중인 한전과 지중화를 요구하는 기장 주민 사이의 갈등(부산일보 2022년 12월 20일 자 10면 등 보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한 바 있는 기장 주민들은 사업추진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19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기장군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일광읍 주민들은 이날 오전 8시 서구 토성동 한국전력남부건설본부 앞에서 송전탑 건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민 100여 명은 “한전이 송전선로 건립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중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건립 계획을 결사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송전선로는 기장의 명산인 일광산과 달음산을 통과하는데, 이는 기장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할뿐만 아니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경로에는 일광신도시와 장안택지가 인접해 있어 주거환경 침해도 우려되고 있다”며 “기장에는 이미 293개의 크고 작은 송전철탑이 건설된 만큼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 지중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조 부산시의회 의원과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주민 대표 등은 성명서 낭독 이후 남부건설본부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일방적인 송전선로 건설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남부건설본부 관계자는 주민과의 면담 자리에서 송전선로 건립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앞서 주민들과 협의를 거친 뒤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안대책위 이윤희 위원장은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은 기장의 명산인 달음산을 통과해 자연환경보호가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다행히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한전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154kV 기장읍~장안읍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기장읍, 일광읍, 장안읍을 경유하는 약 9km 구간에 송전철탑 27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앞서 일광읍 주민 80여 명은 지난 4월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찾아 송전철탑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에는 정종복 기장군수, 박종철 부산시의회 의원, 박우식 기장군의회 의장, 일광읍 주민 대표 등 20여 명은 한전 나주본사를 항의 방문해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지난 6월 한전에 기장~장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는 건의서를 보낸 바 있다. 기장군 의회도 결의문, 5분 발언, 등을 통해 꾸준히 송전탑을 지중화 방식으로 건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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