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이 2년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된다. 당장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 생숙 소유주들은 국토부의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생숙은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결합한 숙박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19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의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김윤선 회장은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전국의 생숙 9만여 세대가 용도 변경을 못 해 매년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됐다”며 국토부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생숙은 ‘규제 틈새 상품’,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얻었다. 생숙은 건축법상으론 소유자가 직접 거주할 수 없는 숙박시설이지만, 아파트와 유사해 실제로는 주거 용도로 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생숙이 주택과 달리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2021년 4월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국토부는 기존 생숙 분양단지에 대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도록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출입구 설치 등 4가지 건축 기준을 2년간 완화했다. 그러나 4가지 건축 기준 완화 외에도 주차장 기준 변경,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유예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전국 9만여 세대의 생숙 중에서 용도 변경이 된 경우는 1%에 불과하다.
부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에는 해운대구 에이치스위트해운대(560개 호실)와 엘시티 더 레지던스(561개 호실), 동구 협성 마리나 G7 레지던스(1028개 호실) 등이 속했다.
현재 이들 중 에이치스위트해운대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에이치스위트해운대는 가구별로 오피스텔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엘시티 더 레지던스 등은 지구단위계획상 오피스텔 건립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마리나 G7 레지던스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하기에는 주차면 수가 100여 대가량 부족하다.
용도 변경을 하지 못할 경우 생숙 소유주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다. 매년 공시지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고 거주하는 방법, 원래 목적대로 숙박업으로 운영하는 방법, 매도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은 매년 물어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 또 30개 실 이상이어야 숙박업 영업 신고가 가능하므로 운영업자를 정해 위탁해야 한다. 매도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에 생숙의 인기가 떨어져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생숙 소유주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사업자들이 생숙을 새로운 주거 형태라고 홍보할 동안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개인이 투자와 매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을 유도하는 데 전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호텔로 등록하기도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버티면 전부 합법화시켜 준다라는 잘못된 선례는 남겨서는 안 되기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추석 전에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에 관한 정부 조치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