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80대 노인이 복개천 내부 교각을 12시간 넘게 붙들고 있다가 소방대원들에게 무사히 구조됐다.
경남 마산소방서와 마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다급한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공동 대응에 나선 경찰이 인근 CCTV 화면을 분석해 오전 2시께 집을 나서 하천가로 향하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마산회원구 양덕동 산호천 일부를 비추는 CCTV 속 할머니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
소방·경찰은 즉시 구조 인력을 산호천으로 집중해 수색에 착수했다.
문제는 산호천과 바다가 연결되는 마지막 1.5km 정도가 복개천으로 이뤄져 수색이 만만치 않은 것.
또 전날 호우 특보가 발효된 마산회원 지역엔 비가 77.5mm나 내린 뒤라 상황은 더 나빴다.
우선 구조대는 할머니가 실종된 복개천 시작 지점과 끝 지점(삼각지공원 주변)으로 인원을 분산해 수색에 들어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복개천 안으로 소방구조대가 진입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50m 길이의 밧줄 2개를 연결해 몸에 묶었다.
무릎 정도 차오른 물을 헤치고 수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00m짜리 밧줄이 팽팽해질 즈음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 이상 떠내려가지 않게 복개천 교각을 붙잡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2시 55분, 할머니는 실종 13시간 만에 안전하게 구조됐다.
가벼운 찰과상과 저체온증을 앓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병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불미스러운 일이 나서 가뜩이나 조심스러운 요즘에 위험을 무릅쓰고 복개천 안으로 들어가 시민을 구조한 소방대원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복개천에서 할머니를 업고 나온 이찬영 구조대원은 “소방관으로서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