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곳이다. 올해 말 해안 관광도로가 완성되고 4년 뒤 섬을 가로지르는 봉래산터널까지 뚫리면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영도=카페’라는 공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도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4일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7월 영도구 관광 소비 합계는 지난해 동기보다 14.1% 늘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구(0.9%)보다 15배 이상 높고, 전국 평균인 7.3%보다도 배가량 많다. 특히 광안리로 뜨는 수영구(11.4%)보다 상승 폭이 컸다. 관광 소비란 식음료업, 쇼핑업, 숙박업, 여가서비스업, 운송업, 여행업 등 관광과 관련한 모든 소비를 말한다.
이처럼 영도에서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한 결정적인 요인은 커피다. 영도의 카페는 색다르다. 먼저 조선소나 공장 등의 도시재생을 통한 색다른 인테리어가 젊은 층에 ‘레트로 감성’으로 다가와 인기를 끈다. 바다 전망 역시 해운대와 기장, 광안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항구에 정박 중인 선박들과 바다 위의 ‘묘박지’가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영도=카페’라는 공식은 청학동 ‘신기산업’에서 출발한다. 신기산업은 창업주인 고 이동철 대표가 1987년 방울공장으로 시작한 선물용품 제조 회사다. 아들인 이도기 대표가 지난 2016년 공장 자리에 신사옥을 지었다. 이 대표는 사원 복지 차원에서 일부 층을 카페로 꾸몄는데 영도의 부둣가와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경치로 소위 대박이 났다. 신기산업은 고객이 몰려들자 2019년 사무 공간을 근처로 옮기고 4층 건물 전체를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카페 내부에는 ‘영도는 섬이 아니다. 당신이 그동안 몰랐던 진짜 부산의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카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이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부산항 전경이 가장 부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해 넣게 됐다”면서 “당시에는 영도가 현재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아니었는데 이후 열정 있는 분들이 투자를 많이 해서 활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신기산업을 주축으로 해양박물관 인근의 ‘피아크’와 ‘385’, 흰여울문화마을의 ‘에테르’와 ‘흰여울비치’ 등 대형 카페가 들어서며 ‘영도 카페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피아크는 각종 전시와 공연을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물양장에 위치한 모모스는 원두의 가공 과정은 물론 커피에 대한 설명을 바리스타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어 커피문화공간의 역할도 함께한다.
영도의 인프라도 도로망 확충 등으로 한층 개선된다. 325억 원을 투입한 태종대 연결 해안 관광도로는 올해 안으로 완성된다. 태종대 입구에서 감지해변을 지나 동삼 중리 일원으로 이어지는 총 길이 2.4km 도로다. 중리산에 매설된 지뢰 제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며 약 6년 만에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해안 관광도로 개통으로 영도구의 동서가 연결되며 해안 순환도로가 완성된다.
또 영도구 최초의 터널인 봉래산터널 공사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올해 안으로 설계 적정성 검토를 마치고 총사업비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봉래산터널은 총 3.1km 길이로 태종대와 16개 해양기관이 입주한 동삼혁신도시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내년 실시설계에 돌입해 2025년 착공, 2027년 준공 예정이다. 예산은 25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달 영도 인근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터에 부산롯데타워가 착공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원도심 유통가를 상징하는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함께 오는 2026년 준공 예정인 부산롯데타워가 원도심 상권 부활을 이끌지 주목된다. 부산롯데타워 건축가인 일본의 구마 겐고 씨는 루프톱 전망대의 3가지 테마 중의 하나로 ‘바다와 어우러진 영도’를 언급하며 영도 전망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도는 분명 ‘부산의 민낯’을 간직한 매력적인 곳이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영도 카페는 대부분 대형 카페 중심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동삼동 카페 ‘385’ 이경진 대표는 “현재 영도는 대형 카페가 주를 이루는데 이같은 규모의 카페는 어디 가도 많으니,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이 생겨 ‘영도에 가면 다양한 카페를 즐길 수 있더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도만이 가진 콘텐츠를 특색있게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여호근 교수는 “영도에 유일하게 저녁에 머물 곳은 물양장 인근 포장마차촌밖에 없는데 수영장을 갖춘 대형리조트형 호텔이나 깡깡이마을 폐선박 내에 면세점을 만드는 등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보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