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철수 기장해양파출소 경사 “지난 10일 해경의 날에 시민 생명 구해 더 기쁩니다”

입력 : 2023-09-25 18:30:2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한밤 400m 헤엄쳐 익수자 구조
수영 선수·해군 해난구조전대 출신
울산 염포부두 사고 때도 맹활약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난 10일 한밤에 400m를 헤엄쳐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한 해양경찰관(부산일보 9월 11일 자 10면 보도)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울산해양경찰서 기장해양파출소 소속 박철수(39) 경사이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창설 70주년을 맞은 해경의 날(9월 10일)이기도 했다. 박 경사는 17일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익수자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해경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 일로 최근 병가를 냈던 박 경사를 만나 긴박했던 구조 상황을 물었다.

사고는 지난 10일 0시 30분께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오랑대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바다에 떠다닌다”는 인근 낚시객의 신고가 당국에 접수된 것이다. 출동 지령을 받은 박 경사 역시 급히 차를 타고 신고 지점으로 달려갔다.

“저기 사람이 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소방대원들의 고함이 들렸고, 어둠을 가르는 서치라이트 끝자락에 언뜻 사람이 보였다. 경비함정 등이 구조를 시도했으나 얕은 수심과 갯바위, 수중 암초 등으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익수자는 계속 남쪽으로 떠내려가며 생사의 경계를 오가고 있었다.

박 경사는 망설임 없이 옷을 벗고 ‘레스큐 튜브’만 허리춤에 매단 채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자칫 자신의 생명마저 위태로울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그 때는 ‘익수자를 놓치면 더는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걱정밖에 없었고, 군인 시절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어서 무섭거나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 경사는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출신이다.

사고 당시 기장 앞바다 기상은 북동풍 초속 6~8m, 파고는 0.5~1m가량으로 너울성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익수자가 눈에서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다. 그는 오로지 익수자를 비춘 서치라이트 한 줄기만 보며 힘겹게 팔을 뻗어 나갔다. 그렇게 200m쯤 갔을까.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패닉 상태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누워 있었다. 박 경사가 가까스로 익수자를 잡아당겨 갯바위 쪽으로 몸을 틀었다. 한데 여성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얼굴이 점점 하얘지더니 몸까지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을 잃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정신 차려. 거의 다 왔어’ ‘눈 떠요!’라고 계속 소리 질렀죠.” 올 때와 달리 조류가 역방향이어서 힘에 부쳤으나 이를 악물며 버텼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20분, 25분? 어느새 갯바위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더니, 구급대원들이 여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길고 긴, 사나운 밤바다와의 사투가 비로소 끝나는 순간이었다.

박 경사는 당일 탈진과 근육 경련, 전신 찰과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타고난 강골인 듯 아침 무렵 바로 퇴원했다. ‘평소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영을 좋아하고, 육아로 체력을 기른다”며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과 7살 자녀가 있다고 한다.

부산이 고향인 박 경사는 5살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수영을 배웠다고 한다. 수영과 인연이 깊은 연유인지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수영 선수로도 활약했다.

박 경사는 2013년 해경에 들어간 뒤 각종 구조 현장에서 활약했다. 특히 2019년 9월 울산시 염포부두에서 일어난 선박 폭발 사고 때 선박에 가장 먼저 진입해 승선원 46명 전원을 구조하는 데 앞장선 공로로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았다. 올해 해경의 날은 익수자를 구한 박 경사의 활약으로 그 의미가 더욱 빛났다. 그는 “같은 상황에 부닥친 해경대원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