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가상으로 만들면 징역형, 실제 사진 쓰면 집행유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3-09-25 18: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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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 착취물 처벌 형평성

‘열 살’‘벌거벗은’ 등 명령어 입력
AI 생성 캐릭터 음란물 대량 제작
40대 남성 1심서 징역 2년 6개월
미성년 신체 사진으로 제작·협박
전 야구선수 서준원 징역형 ‘집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가상의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한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실제 미성년자의 신체 주요 부위가 드러난 성 착취물을 전송받은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검찰은 1심 판단에 항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4월 노트북에 설치된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으로 ‘열 살’ ‘나체’ ‘벌거벗은’ 등의 명령어를 입력해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제작한 성 착취물은 총 36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작물은 유포되기 전 경찰에 모두 압수됐다.

AI를 이용해 아동 성 착취물을 제작해 기소된 첫 사례인데, 쟁점은 가상 인물을 실제 아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였다.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은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명백하게 인식돼야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앞서 2019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오는 음란물이라도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경우 성 착취물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가상 인간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청소년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신체를 노출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A 씨는 가상 인물인 만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AI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호기심에 제작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A 씨 측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단지 텍스트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이 알아서 이미지를 제작하는 부분까지도 성 착취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음란행위를 강요한 서준원 사건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심은 서준원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고, 징역 6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 판결에 항소했다.

서준원은 지난해 8월 18일 피해 미성년자 B 양이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B 양을 알게 됐다. 서준원은 B 양에게 용돈을 줄 것처럼 거짓말을 해 60차례에 걸쳐 성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또 서준원은 이날 7차례에 걸쳐 B 양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사진을 전송받아 성 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서준원은 B 양에게 영상통화를 통해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B 양이 거부하자 B 양의 신체 사진을 보여주며 “잘 생각해. 이거 올려도 돼”라고 말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범행이 지속된 기간이 하루에 그친 점, 성 착취물을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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