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위험’ 내몰린 사회복지사 4년 새 5배… 부산시는 나몰라라

입력 : 2023-09-26 2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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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회복지사협회 조사 결과

스토킹·성추행 등 4.4%→17.5%
최근 심리상담 신청 종사자 급증
협회 사업은 예산 없어 중단 위기
시 처우 개선 약속 불구 예산 ‘0’
뒤늦게 “내년 본예산 편성 추진”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중 시설 이용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성추행 피해를 입는 등 일상에 위협을 받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회복지사 심리지원 등 권익보호사업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부산의 경우 관련 사업 지원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 처우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의 한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근무하는 여성 사회복지사인 김여정(가명·44) 씨는 야간 근무를 할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다. 김 씨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을지 두렵다. 앞서 김 씨는 근무 중 키 173cm에 80kg에 달하는 30대 남성 장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남성 장애인은 새벽 1시께 잠에서 깬 뒤 갑자기 김 씨를 폭행했다. 해당 남성은 김 씨의 뺨을 20여 차례 가격하고 침을 뱉는 등 김 씨를 위협했다. 당시 건물 다른 층에는 남성 사회복지사 1명이 근무 중이었지만, 사건이 갑작스레 일어난 탓에 피해를 막지 못했다. 또 다른 날에는 다른 이용자를 폭행하려는 장애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물어뜯기기도 했다.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정유진(가명·30) 씨는 시설 이용자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 중년의 시설 이용자는 홈페이지에서 정 씨의 사진을 본 뒤 노골적으로 정 씨에게만 상담을 요청했다. 시설 주차장에서 정 씨의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를 알아낸 이용자는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정 씨에게 문자,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 정 씨가 이에 응답하지 않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거나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도 일삼았다.



26일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심리상담, 노무상담 등 권익지원사업을 신청한 사회복지사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3명 수준이었던 신청자 수는 지난해 10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 기준 71명이 심리상담을 신청해 신청자 수는 예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권익지원사업에 신청하는 사회복지사 수가 증가한 것은 근무 중 겪는 위협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무 중 신체적 위협을 경험한 사회복지사는 2016년 4.3% 수준에서 2020년 22.4%로 5배가량 증가했다. 성추행 등 성적 피해를 입은 사회복지사 역시 2016년 4.4%에서 2020년 17.5%로 늘었다.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일상 속 위협이 커졌지만 부산시의 권익사업 지원 예산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등 11개 지자체에서는 적게는 1000만 원부터 많게는 2억 원을 투입해 ‘사회복지 종사자 권익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권익지원사업 예산은 전혀 없다. 사회복지사협회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권익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부산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예산안 지원 근거를 마련했고 시 관계자, 사회복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부산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위원회’에서 사업 예산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복지서비스 품질을 강화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시설 이용자에게 폭행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은 반면 복지사의 처우 개선은 제자리다. 복지사 처우개선은 복지서비스 품질과도 직결된다”면서 “근거 조항도 마련돼 있고 예산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시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측은 사회복지사 권익지원사업 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해 줄 것을 신청한 상태라면서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올해 추경의 경우에도 예산 1억 원을 편성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실 검토를 거쳐 본예산안을 최종 편성하기 때문에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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