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1억 부산 국제관광도시사업, 콘텐츠 안 보인다

입력 : 2023-10-04 2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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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문체부 공모사업에 선정
7월 정부 점검 때 6개 ‘문제’ 지적
관광 자원화 현장 괴리 한계 노출
체류형 추진 ‘세븐브리지’ 사업
도보 가능 교량 3개 불과 헛바퀴

사진은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부산일보DB 사진은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야경. 부산일보DB

부산시의 국내 첫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이 알맹이 없이 겉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시비 1391억 원이 투입되는 ‘관광 뉴딜’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업 4년 차에 접어들어서도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이 터져나온다. 문체부는 수십 개의 백화점식 사업 중에 추진 불가능한 사업을 폐지하라고 권고했고, 부산시의회는 지금이라도 사업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문체부와 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7월 진행한 부산 국제관광도시 육성사업 중간 점검에서 ‘관심 사업’ 5개, ‘지연 사업’ 1개 등 총 6개 사업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예산 집행률이 20~60%일 경우 관심 사업, 20% 미만일 경우 지연 사업으로 지정된다. 특히 핵심 사업인 교량별 관광자원화 사업의 집행률은 57%, 을숙도 생태관광사업은 36%에 그쳤다. 무장애 관광교통시설 지정사업은 적당한 수요처가 없어 시작조차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지난해 69개 사업 중 11개를 줄이라고 시에 통보한 데 이어 최근에도 사업 폐지나 연차별 사업비 조정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서울에 편중된 외국 관광객 유치 다변화를 위해 2020년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부산이 대표 거점도시 개념인 ‘국제관광도시’에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후 2020년 선도사업 12개와 2021~2025년 본사업인 핵심·전략·연계사업 57개 등 총 69개 사업이 추진됐다.

문체부가 최근 지적한 교량별 관광자원화 사업은 ‘세븐브리지 랜드마크 사업’에 포함된 중요 사업이다. 부산 해안을 잇는 다리 7곳을 차별화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4년간 104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위해 △광안대교-사랑 △부산항대교-미래 △영도대교-시간 △남항대교-미식 △을숙도대교-공존 △신호대교-힐링 △가덕대교-건강으로 주제를 정하고 교량별로 브랜드 이미지(BI)와 스토리텔링도 만들었다.

그러나 7개 다리 중 도보로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부산의 대표 랜드마크로 꼽히는 광안대교를 제외하고는 관광 자원으로 만들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왔고, 실제로 교량별 브랜드 인지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인프라 확충도 광안대교(미디어파사드)와 신호대교(경관조명)만 진행 중이며, 나머지 5개 다리에는 확충 계획이 없다.

탐조전망대와 습지연못, 덱·힐링쉼터 등을 조성하는 을숙도 생태관광사업은 문화재청의 허가 문제로 사업 속도가 더디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스토리텔링 도보길 현상변경허가를 내줬고, 시는 올해 안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역 관광업계는 “처음부터 잘못 짠 사업 구상으로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박희용 의원(부산진구1)은 “지금이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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