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하마구치 류스케 “장기적 결과 생각하지 않고, 이익 좇는 패턴이 문제”

입력 : 2023-10-10 18:37:50 수정 : 2023-10-10 18: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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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간담회

초청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야영장 건설사와 주민 갈등 다뤄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개인의 생활에 사회적 측면이 존재하기에 이번 작품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음악 공연용 영상을 의뢰받았다가 특수한 과정을 거쳐 만든 영화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은 작품으로 2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돌아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10일 오전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이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예 거장이다.

이번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 음악감독인 이시바시 에이코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하마구치 감독은 “영상을 의뢰받고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가야 했다”며 “이시바시 음악 스튜디오 주변을 조사하다 이번 영화에 나오는 글램핑 야영장 설명회와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생활 공간에 도시의 논리가 개입되는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10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을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10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을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BIFF 아이콘 부문에 초청된 이번 영화는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가 사는 도쿄 인근 산골 마을이 배경이다. 글램핑 야영장을 건설하려는 회사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이 부딪히는 이야기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그의 전작과는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최근 10년 동안 일본에서 많이 벌어졌다”며 “환경 보호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눈앞의 이익을 좇는 전형적인 패턴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리서치를 함께한 스태프였던 오미카 히로시에게 큰 영감을 받아 주연 배우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영화 ‘우연과 상상’을 함께 만든 스태프인 그를 카메라 테스트를 위한 대역으로 활용했다”며 “살쾡이 같은 얼굴도 있고 표정과 느낌이 좋아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그에게 배역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이시바시 에이코가 보낸 음악과 영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도 큰 고민이었다. 그는 “음악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았는데 자연이 가진 미세한 움직임과 떨림 같은 것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며 “이시바시 음악이 있었기에 관객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평소에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경계했다”며 “그래서 영화에는 난폭하게 음악이 끊기는 장면이 나오고, 전혀 관련이 없는 장면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온 그는 여러 행운이 겹친 결과라는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BIFF 관객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언제나 열기가 뜨거운 부산 관객을 만나는 건 기대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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