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폭우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은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부산일보 2020년 7월 27일 자 1면 등 보도)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대거 무죄를 받거나 감형됐다. 재난을 막아야 할 일부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으나, 참사와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윤영)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금고 1년 2개월을 선고 받은 부산 동구청 전 부구청장인 A 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부산시청 재난대응과장이던 B 씨는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동구청 전 기전계장 C 씨는 1심에서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바뀌었다. 동구청 기전계 전임자였던 2명의 공무원 역시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다른 공무원들도 대개 형이 줄었는데, 기전계 주무였던 공무원만 벌금이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 2020년 7월 23일은 최형욱 전 동구청장이 휴가 중이었다. 부구청장인 A 씨가 직무대행을 맡았는데, 1심은 A 씨가 재난발생 가능성이 높음에도 개인 약속을 이유로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별다른 조치나 지시 없이 퇴근했다고 명시했다. 구청장이 청사에 복귀한 이날 오후 8시 40분까지도 개인 약속을 이어나갔고 상황 점검, 모니터링, 각종 조치 지시 등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담당 주무관 진술 등에 따르면 당시 동구청장 휴가 종료시간은 그날 오후 6시쯤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동구청장이 안전도시과를 방문한 오후 8시 40분경이니 A 씨의 직무대행 지위는 늦어도 이날 오후 8시께는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며 “직무대행자로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청 재난대응과장이었던 B 씨의 경우 1심에선 변성완 전 시장권한대행 등에 상황을 보고한 뒤 직원들에게 비상2단계 근무명령을 내릴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B 씨에게 직접적 권한이 있다고 보는 원심 판결에는 문제가 있다”며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사전에 차량 통제가 이뤄졌을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을 했다.
동구청 기전계장이었던 C 씨에 대해서는 “죄질이 불량하나 다른 여러 공무원들과의 과실이 병합된 사건이라 온전히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또 피해자 1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고 발생 1년~1년 5개월 전 동구청 기전계에서 근무했던 공무원들 역시 고장난 시스템을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한 점은 인정되나, 사고 시점과 상당한 기간이 있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1심에서 검찰은 참사 당일 공무원들이 CCTV 상시 모니터링, 교통 통제, 현장 담당자 배치, 출입금지 문구 표출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담당 공무원들은 참사가 일어나기 3년 전부터 지하차도 출입 통제 시스템이 고장 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참사 발생 전까지 수리를 하지 않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