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싱가포르 항만, 우리가 넘어설 수 있습니다. 부산항을 수리조선업의 성지로 만들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산의 선박수리업 1번지는 영도구였다. ‘영도에는 없는 부품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업체가 모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선박들은 대부분 감천항으로 들어갔다. 감천항이 있는 사하구를 또 하나의 선박수리업 요지로 개척한 이가 있다. 포코엔지니어링 김귀동(66) 회장이다. 선박수리업의 현대화로 항만 연관산업에 기여하고, 각종 규제 해소를 위해 발로 뛰면서 수리조선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웃돈 얹어주며 감천에 데려와”
김 회장은 1979년 목포해양대를 졸업하고 1급 기관사로 승선해 배에서 수리 감독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후 20여 년 전 선박수리업에 뛰어들어 선박업계에 정부 지원이 전무하던 때에 선박수리조선소를 설립했다.
2010년에는 선박수리업의 불모지였던 사하구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교통 문제로 모든 업체가 꺼렸던 사하구 감천항으로 사업장을 이전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엉뚱한 짓을 한다’며 반대했다.
김 회장은 “선박들이 감천항으로 많이 들어오는데 업체들은 영도구에 모여 있었다”며 “선박에서 아주 작은 선용품을 구매하려 해도 영도구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래도 차비까지 줘 가면서 사람들을 감천에 데려왔다. 그 결과 중국과 싱가포르로 향하는 수리선박을 유치할 수 있었다. 현재는 120여 개 업체가 감천항에 진출해 있다.
■규제 해소로 산업에 기여
당시 감천항은 항만보안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수리를 위해 입항한 선박들이 접안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관계부처에 적극적으로 접안 필요성을 설명했다. 접안해야 선박수리가 가능하고, 각종 업체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박수리는 특히 중국과 싱가포르 등과 경쟁이 심한 업종이다. 먼저 기반시설을 마련해 선박수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했다. 이후 협의 끝에 감천항 일대가 수리전용부두로 지정돼 외국적 외항선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감천항 일대는 항만시설물보호지구 내 업종 규제로 공장들이 진출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다른 중소기업 조합 회원사들과 함께 사하구청장과 부산시장을 설득해 업종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수리조선단지에는 야간에 음주 등으로 인한 치안 문제도 대두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안등을 설치하는 등 업체들의 보안 비용 절감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16대에 이어 17대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스마트수리업까지 저변 확대
포코엔지니어링에는 자회사까지 포함해 직원 70여 명이 있다. 선박수리업 진출 10여 년 만에 3개 자회사를 설립해 꾸준히 지역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 플러싱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또한 유압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해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다져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부산시 ‘모범중소기업인’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부산시 ‘산업평화상’, 2021년에는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표창을 수상했고, 천만불수출탑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리조선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각종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부산항은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 선봉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