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직접 리프킨에게 질문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청색기술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기업인의 현실적인 걱정부터, ‘쓸 수 없게 된 에너지’를 뜻하는 ‘엔트로피’ 개념을 들어 출산이 필요한가 하는 심오한 고민까지 석학에게 답을 얻고자 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잇따랐다.
중국 기반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다는 한 사업가는 “리프킨 이사장의 ‘엔트로피’서적을 읽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인구 증가는 결국 엔트로피 증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더 이상 출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리프킨은 이미 인구는 줄고 있고, 질문과 같이 인구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프킨은 “많은 인구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됐다”며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구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며, 이 기간에 지구가 다시 꽃피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진보’가 아닌 ‘회복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가 있다. 회복력으로 문명이 진보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졌다. 리프킨은 “기술은 분명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에 어떻게 접근하냐다”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적응하는 것에 기술을 맞춰야 한다. 자연을 이용하는 과거의 과학은 이제 버려야 한다. 자연에 적응해야 하는 시점이고 여기에 과학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시민은 “강연 내용에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이 내용을 청년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리프킨은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라며 “통용된 하나의 교육이 아니라, 지역이 나서서 지역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자원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자연과 적응해 나가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인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안광헌 현대중공업 대표는 “선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연료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하지만 비용을 화학연료와 비교하면 10배 넘게 든다”며 “이러한 추가적인 비용은 결국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석학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리프킨은 “태양광 같은 녹색에너지도 처음에는 비용이 높았다가 크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조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점점 그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친환경 조선기자재 회사인 파나시아의 이수태 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상승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프킨은 “1도만 더 오르면 10억 명, 2도면 20억 명, 3도는 30억 명이 거주가능한 공간을 잃고 이주해야 한다”라며 “한국도 풍력 등 녹색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지도자들이 먼저 지구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