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판다 외교' '전랑 외교'

입력 : 2023-11-09 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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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는 주로 중국 쓰촨성과 산시성, 간쑤성과 티베트 고산 지대에 서식한다. 몸은 검고, 머리는 희고, 눈 둘레에 화장이라도 한 듯 까만 무늬가 부드럽고 귀엽다. 앙증맞은 그런 모습 덕분에 판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평생 대나무 잎만 먹으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판다=평화’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그래서 판다는 외교 현장에 곧잘 등장한다. 중국 공산당 마오쩌둥 정부는 미중 해빙 무드를 맞아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에게 ‘링링’과 ‘씽씽’ 판다 두 마리를 선물했다. 워싱턴 동물원에 판다가 첫선을 보인 날 관람객 수는 2만 명에 달했다. ‘핑퐁 외교’에 이어 ‘판다 외교’가 역할하면서 1979년 미국과 중국은 수교했다. 중국은 이후 일본, 프랑스 등과 수교할 때마다 판다를 우호의 상징으로 보냈다. 한국에도 시진핑 주석이 2014년 한중 정상회담 때 한 쌍을 선물했다. ‘판다가 외교관 10명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중국의 문화와 부드러움, 평화의 상징이던 판다가 51년 만에 외교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은 최근 ‘판다 환송회’를 열었다. 임대계약이 만료된 암컷 메이샹과 수컷 톈톈, 새끼 샤오치지 등 판다 세 마리는 8일 보잉777 페덱스 화물기를 타고 19시간의 비행을 거쳐 중국에 도착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의 판다 한 쌍은 올해 12월, 호주 애들레이드동물원의 판다는 내년 11월 각각 돌려보낸다.

판다가 떠난 그 빈자리에는 ‘전랑(늑대 전사)’들이 채우는 모양새다. ‘전랑 외교’는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무례한 태도를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언사는 외교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 등등 무례한 어투로 상대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전랑 외교’가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친구가 없는 국가가 과연 행복할까. ‘중화사상’ ‘중국 패권주의’에 젖어 다른 국가는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 수준이라면, 중국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이웃 국가들이 위협을 느끼면, 교류와 협력의 문을 닫아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침 51년간 외교의 최전선에서 경험을 쌓은 판다가 중국에 돌아왔다고 한다. 판다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판다 외교의 면모라도 유지할지, 늑대 전사들이 판치게 할지를.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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