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구치소·교도소 16년 만에 이전 탄력… "권고 수용 못 한다” 주민 설득 남아

입력 : 2023-11-23 18: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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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구치소·교도소 강서 이전

부산시·법무부 2007년 첫 논의
2019년 법무타운 조성 전환점
극심한 주민 반발 문턱 못 넘어
결국 지난 5월 입지선정위 구성
권고 결과에 지역 반응 엇갈려
사상은 존중·강서는 깊은 유감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23일 부산시청에서 부산구치소와 교도소 통합이전 방안을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가 23일 부산시청에서 부산구치소와 교도소 통합이전 방안을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수차례 ‘결정 후 번복’으로 이어졌다. 지역 주민이 반대하는 기피 시설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수용 가능 인원을 한참 넘어선 과밀화 문제로 교정시설 이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문제가 됐다.

■부산교정시설 통합 이전 과정은

부산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는 1973년, 강서구 대저동 부산교도소는 1977년 지어졌다. 두 시설이 건립된 지 각각 50년, 46년이 되면서 시설 보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산교정시설 이전 논의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시와 법무부는 양해각서를 맺고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 부지는 부산시가 인수·개발하고, 이전한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는 부산시가 신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통합 이전 부지를 강서구 녹산동 화전체육공원 내 25만㎡ 상당의 부지로 확정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와 국비 확보 무산으로 2012년까지도 통합 이전은 실행되지 못했다. 격론 끝에 2019년 전환점을 맞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법무부가 부산교정시설 통합 이전 계획에 합의하고, 모든 교정시설을 강서구 대저동으로 이전해 ‘부산 스마트 법무타운’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때도 극심한 주민 반발로 답을 못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어닥친 2020~2021년에는 과밀 수용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확대가 문제가 됐다. 부산시는 2021년 ‘부산교정시설 주변시설 발전 및 현대화 구상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때도 주민 반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사이 수용자 과밀로 인한 인권 침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던 한 수감자는 1인당 수용 면적이 1.44㎡(0.4평)에 불과한 과밀 수용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었다며, 2017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15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인당 2㎡의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고 봤다.

부산시는 시 중심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 5월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입지선정위)를 구성하고, 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입지선정위는 위원회 7차례, 소위원회 5차례 개최와 시민여론조사,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 결과를 더해 부산교정시설의 강서구 대저동 통합 이전을 부산시에 권고했다.

시민여론조사에서는 시민 2000명이 참여해 전체의 42.1%가 '통합 이전'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 이전'은 29.9%로 나와 여론은 대체적으로 통합 이전 의견으로 기울었다. 최근 시민 145명이 참여한 10시간 숙의 토론회를 진행한 후에도 '통합 이전'이 맞다고 밝힌 시민이 81명(55.9%)으로 더 우세했다.

■강서구 주민 반발 해결은 숙제

이날 오전 부산의 동서 격차 해소를 위해 서부산 발전협의체를 공동으로 출범한 사상구와 강서구는 교정시설 통합 이전 권고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사상구는 입지선정위의 발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강서구는 이번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강서구 주민과 정치권은 유감을 나타냈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법적인 효력도 없고 실체조차 없는 위원회다. 부산시가 위원회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빠져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교정시설 이전 입지 선정의 주체는 법무부와 강서구이고 강서구민과 함께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이번 권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저1동 통장단장 서석복(70) 씨는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교정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처사고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이 모여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이종환(강서1)·송현준(강서2) 부산시의원은 입지선정위 권고안 발표 직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전에 결과를 정해놓은 것 마냥 통합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상구는 입지선정위 권고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사상구 입장에서는 구치소를 떠나보내게 되면 부지 활용도가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부산시에서 구성한 위원회의 권고를 찬성하며 부산 시민이 부산시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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