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모레(29일) 새벽이면 부산의 운명을 바꿀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된다. 간절히 바라는 엑스포 개최와 별개로 2030년은 국내 관광마이스 산업 등에 큰 위기로 다가온다. 일본 최초의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IR)가 2030년께 완공 후 운영된다. 일본 정부는 불법이던 카지노 설립을 2018년 합법화했고, 최근 오사카시가 제출한 복합리조트 개발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미국 엠지엠 리조트와 오릭스 합작회사는 2025월드엑스포 개최지인 오사카 해변의 인공섬인 유메시마에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 내외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에 2500개 객실의 특급호텔, 면적 10만㎡의 전시컨벤션센터, 최대 35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다목적 공연장, 쇼핑몰 등의 시설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보다 큰 규모다. 건설 추정 예산은 1조 엔을 상회해 우리나라 돈으로 10조 원에 달한다.
최근 일본의 한 여론조사에서 카지노에 대한 반대 응답이 66%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복합리조트 건립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 경제 발전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복합리조트로 연간 9000억 원의 세수 등 10조 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오사카시는 2030년 외래 관광객을 연간 2000만 명으로 늘려 일본 최고의 관광·마이스 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 비행기로 불과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오사카의 초대형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인 등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에 마이스 경쟁력까지 키워 일반 관광객은 물론 컨벤션, 전시회, 기업회의 등 비즈니스 관광객까지 대거 빨아들이는 동아시아 관광·마이스 중심도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일본으로의 원정 도박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돼 심각한 국부 유출이 불가피하다. 지리적으로 먼 싱가포르, 마카오의 복합리조트 건립 때 미쳤던 파급력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16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주 고객인 일본 관광객이 이탈하면서 매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복합리조트 논의를 위한 출발점은 일본과 비슷했다. 2017년 부산시는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위해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부산상의도 샌즈 그룹과 ‘부산 복합리조트’ 개발 협력에 나서는 등 논의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복합리조트는 곧 사행산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당시 정부에서 추진은 유야무야됐다.
이 사이 아시아에선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 설립과 확장을 경쟁하듯 추진하고 있다. 태국은 합법화로 방향을 틀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아랍권의 ‘도박 금지’ 원칙을 깨고 첫 카지노 인가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복합리조트가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0년 두 곳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싱가포르다. 관광산업의 눈부신 성장을 이룬 싱가포르는 약 9조 원을 들여 2028년까지 복합리조트 확장을 추진 중이다. 마리나베이샌즈에 새롭게 건립되는 타워에는 호텔과 대형 공연장, 레스토랑 등이 추가로 들어선다.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를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관광산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한국이 복합리조트 건립에 한 걸음도 못 나가는 것은 국내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영향이 크다. 단순히 폐광지역의 소득 증대 차원에서 접근해 관광·마이스 산업 육성은 지리적인 한계 등으로 애초부터 어려웠다. 내국인 출입 문턱은 너무 낮춰 도박 중독 등 폐해만 불거졌다. 싱가포르의 내국인 일일 입장료는 150싱가포르달러(약 14만 6000원)이지만, 강원랜드의 입장료는 9000원이다.
관광·마이스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은 복합리조트 건립에 우리도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더 늦으면 국내 관광산업이 더 힘든 상황에 몰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신 도박 중독 등의 폐해는 싱가포르처럼 엄격한 관리와 예방 교육 등을 통해 통제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산업 불모지인 부산으로선 복합리조트가 국제도시로 성장해 가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2030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엑스포를 이어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실패해도 부산 관광의 앵커시설로 꼭 필요하다. 지역 상공계에선 최근 다시 복합리조트 유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늦기 전에 추진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복합리조트 건설이 지역 여야 정치권 모두의 공약으로 채택되기를 기대한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