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에서 75표로 2위로 올라선 뒤, 2차 결선에서 95표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2030세계박람회(월드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 밝은 가운데, 대한민국 부산이 ‘난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꺾고 엑스포 개최권을 따내기 위한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은 도시가 나오면, 해당 도시가 바로 개최권을 따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2위 도시끼리 2차 결선투표를 치른다.
파리 현지에서 흘러나오는 막판 권역별 판세는 부산이 아시아(20개국)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리야드가 중동(19개국)과 아프리카(49개국)에서 강세다. 태평양(13개국)과 미주(32개국)는 혼조세로 분석된다. 유럽(49표)의 경우 1차 투표에서는 같은 대륙에 속해 있는 로마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2차에서는 상당수가 부산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1차 투표 후보별 득표수는 리야드가 80~95표, 부산이 70~80표, 로마가 15~20표 정도를 각각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27일 파리 현지에서 만난 박형준 부산시장은 “리야드가 아프리카에서의 몰표를 바탕으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는 사우디의 자금 지원과 한국의 기술·개발 노하우 전수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며 ”이 때문에 1차에서 리야드를 지지했더라도 2차에서 부산에 표를 던질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우려해 본국에서 직접 투표자를 보낼 것을 요구해 50개국 정도가 이를 수용했지만, 전통적으로 본국 지침과 상관없이 투표자가 지지 도시를 정하는 ‘소신 투표’가 10~20%에 달한다”며 “여기에다 로마 지지표의 상당 부분을 부산이 흡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1차 투표에서 리야드와 25표 차 이상만 벌어지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일본 정부가 부산을 지지하겠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당초 리야드 지지 국가들 사이에서도 막판 표심이 흔들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사우디 역시 왕가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회원국 대표와 회동을 이어가며 지지를 재차 확약 받고 막판 표 단속에 나서는 등 초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와 부산시, 재계는 현지에서의 주요 교섭 일정과 동선을 일체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막판 전략이 경쟁 도시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리야드 역시 투표 하루 전까지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숨 막히는 유치 교섭을 벌이고 있다.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은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들 사이에서는 막판 분위기가 부산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는 ‘145표 지지’, 로마는 ‘50표 확보’ 식으로 경쟁 도시의 사기를 꺾기 위해 각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다소 과장된 판세 정보를 흘리고 있는데, 우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며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각국의 최종 투표자를 파악하고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재계와 긴밀히 협력하며 막판까지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부산시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부산은 2차 결선 투표에서 95표 이상을 얻어 85표 내외에 그친 리야드를 제치고 2030엑스포 개최 도시가 된다. 엑스포 역사상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것이다.
파리=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