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내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 설치 추정…명백한 원안법 위반”

입력 : 2023-11-30 11:19:13 수정 : 2023-11-30 11: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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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의원 , ‘원전내 부적합 앵커볼트’ 관련 규제기관 내부 보고서 입수
월성 1~4 호기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 없는 앵커볼트 4000개 이상 추정
제보자 “2015년부터 앵커볼트 문제 확인하고도 규제처분 없어”
30일 경주 월성원전 인근서 규모 4.0 지진 발생 계기 경각심
고리· 월성 32km내 최대 7개 활동성 단층·규모 5~7 수준 지진 가능

경주시에 소재한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 1~4호기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가 수천개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부산일보DB 경주시에 소재한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 1~4호기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가 수천개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부산일보DB

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실제 확인 결과를 토대로 경주시에 소재한 월성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 1~4호기 격납건물에 내진 능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가 수천개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 )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원전 안전 부실 문제를 공개했다 .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익명의 제보로 입수한 월성 등 국내 노후원전 14기의 부적합 기계 장치(앵커볼트) 현황을 정리한 엑셀 파일 및 원전규제기관 내부 보고 문건들이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음을 밝힌 제보자는 “수년 간 원전 운영허가 부적합 사안인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5년부터 앵커볼트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규제행위(규제처분)를 하지 않고,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하고 있어, 시정 조치와 책임자 규명을 위해 제보했다”고 전했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설비를 콘크리트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특히 원전의 중대사고를 견뎌야 하는 사고의 예방·완화에 관련된 안전설비들을 고정하는 데 쓰이는 앵커볼트의 경우에는 안전설비와 같은 안전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제보된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의 격납건물에는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원자로 1기당 약 300개 이상에 달한다.


김성환 국회의원. 김성환 의원실 제공 김성환 국회의원. 김성환 의원실 제공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에는 전체 353개 앵커정착부 중 21개 기기만 ‘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1개의 기기 정착부에 약 2~8개의 앵커볼트가 설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원자로 1기당 최소 1000개, 월성 1~4호기 전체로는 약 4000개 이상의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격납건물은 심층방어 개념으로 설계된 원전 사고의 완화를 위한 안전 설비로 ‘최후의 방호벽’으로 불린다. 격납건물은 설계 기준 사고시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차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월성원전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되었다는 것은 지진 등 유사상황 발생시 각종 설비가 고정된 자리를 이탈하며 콘크리트 매입 부위에 균열을 만들고 압력경계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비내진 앵커볼트 정착 부위가 1000개 이상에 달하기 때문에 국소적 손상이 아니라 대규모 균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충격 시 원자로를 안전 정지하는 설비가 고정되지 못해 손상되거나, 1차 냉각제 배관 등이 파손되면 설계에서 고려하지 못한 원전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원전 전문가인 제보자의 경고다.

제보자는 “외부 충격으로 격납건물 압력경계가 무너지면 원자로 방호에 실패하여 원자로가 폭발하지 않아도 균열된 틈으로 방사능 수증기가 끊임없이 누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번 무너진 격납건물 압력경계는 보완될 수 없기 때문에 핵연료와 원자로에 냉각이 이루어져도 수증기 형태의 방사성 물질이 경주와 울산 전역에 장기간 대량 누출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동원전 13기의 안전 관련 기기는 총 1830개이고, 앵커볼트 갯수는 약 1만 2000개다. 이중 설계도면에서 요구하는 앵커 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앵커볼트도 약 1000개가 넘는다. 전체 앵커볼트 대비 10%가 설계기준 미달이라 부적합 사항이다.

또, 이들 기기는 모두 안전등급(Safety Class)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 기준에 따라 설계도면이 요구한 앵커볼트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질이 확인되지 않은 앵커만 약 33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안전 관련 기기는 하중이 큰 것이기 때문에 고강도(A449, A325)를 위주로 사용하는데 반해, 저강도 앵커볼트(A307, A36) 약 7074개가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재질과 운전가능성을 평가한 최종 자료를 사업자 한수원에게 수령해 확인함으로써 부적합 앵커 재질이 확인됐는지 엄중히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내 가동원전 13기에 설치된 주요 안전 관련 기기 현황이 총 15개의 액셀 파일에 작성된 자료도 제보됐다. 이 데이터는 한수원 용역에 따라 2018년 조사한 것으로, 전국 노후원전에 설치된 매입형 앵커(CIP, Cast-In-Place)의 규격 및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양이원영 의원은 “제보된 자료에 다뤄진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 비내진 앵커볼트 문제와, 국내 가동원전 13호기의 부적합 앵커볼트 문제는 모두 원전의 운영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규제기관과 사업자 모두 어떠한 조치 없이 방기하고 있는 현 상황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안위와 KINS 등 규제기관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민형배 의원은 “시민안전에 중요한 일인만큼 정부당국은 해당 사항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상임위를 통해 제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은폐 등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져물을 것”이라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앞으로 위 요구사항이 빠른 시일 내에 조치되도록 정부와 한수원, 원자력 규제기관들을 감시하는 한편, 법률 위반 사항을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민들 앞에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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