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둘기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부산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비둘기에게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관련 법이 개정돼 이목이 쏠린다. 부산 지자체들도 먹이주기 행위 계도를 강화하면서 추후 조례까지 만들어 제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 중구청에는 얼마 전 ‘제발 이 정신병을 좀 멈춰주세요’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보도블록이나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비둘기에게 밥을 준다는 명목으로 음식물을 흩뿌려 미관을 해친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인이 첨부한 사진에는 보도블록 위에 비둘기 먹이가 흩뿌려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민원인은 “비둘기 밥을 주는 건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당시 중구청은 “관내 먹이 주기 행위 자제에 대한 팸플릿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행법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위법사항이 아니므로, 이 사항에 대해 타 구·군과 함께 법 개정 조치를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먹이 관련 민원이 쏟아지지만, 지자체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도심 속 야생동물 관리를 둘러싼 지자체의 고민을 해결할 길이 열렸다.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비둘기 등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공포 1년이 지난 2024년 12월 20일 이후 적용된다.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먹이를 주는 장소나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 관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지자체도 관련 조례 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비둘기 관련 민원은 2015년 1129건에서 2022년 2818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사람들이 무심코 준 먹이로 비둘기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최근에는 도시 미관은 물론 각종 해충과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해로운 야생 동물로 인식되면서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쥐둘기’ ‘닭둘기’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비둘기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0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서는 10kg에 달하는 육교 외장재가 내부에 낀 비둘기 배설물 등에 부식돼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생겼다.
특히 지자체가 야생동물 관련 민원과 위험에 대해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어 도심 속 야생동물 관리는 사실상 방치돼 왔다. 현행법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어서 각 지자체는 홍보나 계도 조치 외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면 비둘기가 과도하게 번식해 개체 수가 급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기존에는 먹이 주기를 제한하거나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관련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향후 지자체의 야생동물 관리 체계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과태료 부과 등 구체적인 제재도 가능해졌다. 앞으로는 비둘기 같은 야생동물 배설물에 의한 오염이나 부식, 소음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이 사전 조치도 취할 수 있다.
야생동물 피해가 잇따랐던 지자체에서는 관련 조례 개정 등 내년부터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래구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부산 타 지자체와 협력해 환경부에 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요청해왔다"면서 "지자체에서는 관련 조례 개정이 가능해지는 내년 연말까지 최대한 시민 불편이 없도록 계도와 청소 등 조치를 해가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