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든 간에 작품을 쓰는 일은 집을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다른 사람을 집들이에 초대하고,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일 말이다. 아무도 놀러 오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살아갈 곳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는 삶을 지속하는 한 가지 형태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자문하면, 나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런 세계란 게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모두가 같은 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사람들은 싸운다.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 달라서 이들을 딱 잘라 조율할 준거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집에 있다는 게 느껴져서 나는 영화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를 그래서 좋아한다. 오즈의 영화는 거의 정면으로 카메라를 마주 보곤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화면에 사각이나 빈틈 같은 게 생기지 않아서 어느 방향에서든 딱히 흠잡을 게 없다. 즉, 얼굴이 입체적이지 않다. 글을 입체적으로 쓰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어느 방향에서든 그늘질 것 없이 상대방을 마주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오즈 영화는 많은 걸 보여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되려 더 많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감사를 보내야 할 분들이 많지만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기보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물론, 그럼에도 얼굴을 마주하며 고마움을 표해야 할 분은 있다.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약력: 1998년 수원 출생, 본명 김선호, 중앙대 영화이론 전공 석사 졸, 2019 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 신인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