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쌍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수세에 몰리자 이른바 '김정숙·김혜경 쌍특검법'으로 맞불을 놓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과거 의혹을 소환해 여론전을 펼치자는 것이다.
김정숙 여사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나 홀로 인도 방문', '명품 옷 구매'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으며, 김혜경 씨의 경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낼 때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두 지도자 배우자의 각종 의혹을 효과적으로 쟁점화하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못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쌍특검 운운할 게 아니라 혐의가 드러나고 증거가 확보된 김혜경 여사 법인카드 유용 사건이나 김정숙 여사의 명품옷 구매 의혹 사건을 특검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최근 김정숙 여사를 국고손실 및 업무상 횡령, 배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는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마녀사냥, 인민 재판하고, 사실상 스토킹에 가까운, 총선을 위한 특검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특검해야 한다면 김정숙 여사도 백번 천번 해야 하고, 수사받아야 한다. 그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다"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가 2018년 10월께 인도 측의 초청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초청을 요청해 타지마할을 방문했다"며 "사실상 여행을 목적으로 예비비 4억원을 편성해 사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의 주장처럼 여당이 김정숙·김혜경 두 사람에 대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는 가능하지만 현재의 여소야대 의석을 감안할 때 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은 0%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쌍특검법을 밀어부치는 목적은 진실규명이 아니라 정치공세를 통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라면서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과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저질렀던 비리 의혹을 여론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