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중대재해처벌법 협상’이 난항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에서 1년 유예안을 내놨지만 야당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1일에도 합의 처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기간을 1년으로 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유예기간을)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6개월 줄이는 식으로 고무줄 늘리듯 한다는 것 자체가 원칙도 없는 것”이라며 “법안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안 받을 사람이 처벌받을 것처럼 과도하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실제로 법 시행 뒤 처벌된 건은 1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정부발, 여당발 말(언론 보도)은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당 쪽으로 공식적으로 접촉을 해오거나 게 없다”면서 “정부의 속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기간을 2년보다 줄인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유예 기간을 좀 줄이더라도 (시행을)유예해서 현장의 호소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다수 의원이 ‘1년 유예안’을 비롯해서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1년 유예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법안 처리는 2월 임시국회 기간(2월 19~29일)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의 협상이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이어가자 경영계와 노동계는 각각 항의 집회를 이어가며 여론전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협회·단체는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과 31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기자회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000여 명이 결집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면서 83만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정의당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악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미 시행 중인 법에 대한 개악 협상에 나선 정치권 행태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