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심 교류가 일어나는 명절 연휴가 끝나면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13일 기준 57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세 차례의 총선에서 명절 이후 판세는 급격히 요동치는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세 번 모두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정당에서 이른 승리감에 도취된 것이 화를 불렀다. 어느 한쪽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이번 4·10 총선의 레이스 후반부 변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만의 말로
2012년 19대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명절을 기점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2012년 4·11 총선을 70여 일 앞둔 설 명절 전까지는 진보 정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됐다. 당시 야권이던 민주당은 직전 해인 2011년 12월 문재인·이해찬 등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주축이던 시민통합당과 합당, 민주통합당을 발족시켰다. 민주통합당은 통합 컨벤션 효과를 얻으며 단숨에 새누리당을 제치고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반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계파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3월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승리감에 도취한 민주통합당은 민주당 출신과 친노계 인사 간 공천을 두고 내홍이 일었다. 결국 새누리당이 과반인 152석으로 승리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4년이 흐른 2016년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갈라진 안철수계와 호남 일부 세력은 국민의당을 출범했다.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가 터지며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여유로운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언론들은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 확보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날로부터 65일 뒤 열린 총선에서 1당은 123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이보다 1석 모자란 122석에 그치며 16년 만에 국회는 여소야대로 돌아갔다. 패배 요인은 승리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여기서 기인한 계파 갈등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후반부로 갈수록 김무성 대표 ‘옥새 파동’으로 설명되는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사이의 갈등이 고조됐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의 경우, 앞선 두 건의 사례들과 다소 다르다. 수도권은 물론, 격전지로 꼽히는 부울경에서도 명절 전후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됐고 실제 총선 결과 또한 180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하지만 선거를 목전에 앞두고 당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에 나와 총선 압승을 예측하면서 기대했던 목표치만큼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4·15 총선을 불과 5일 앞두고 유 이사장은 “범진보 180석, 민생당까지 다 합쳐서 비례를 받는 경우에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했다.
이에 보수 지지층에서는 막판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고 결국 부산 부산진갑 김영춘, 충남 공주부여청양 박수현, 인천 동미추홀을 남영희 등 격전지에 출마한 이들은 본의 아니게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유 이사장은 향후 한 방송에 출연,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앞선 세 차례와 달리 이번 총선의 경우 어느 쪽의 승리를 예단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40.9%, 민주당은 41.8%를 기록했다.
다만 양당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앞선 사례들과 유사점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여당의 경우 김건희 여사 악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해 입장을 표명했지만 ‘반쪽짜리 해명’이란 여론이 여전하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승리를 예측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공천을 두고 당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지난 6일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해 친문(친문재인)계를 겨냥한 것이란 정치권의 해석에도,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명(친이재명)이냐 친문이냐 하며 우리를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저들의 전략”이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결국 어느 당이 먼저 국민 기대에 부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가 양극단만 바라보고 있다”면서 “유권자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