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접어든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세계의 탁구 강호들이 연승을 달리며 메달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강 중국의 독주 속에, 홈팀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팀들이 견고한 ‘탁구장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여자부 8강전이 치러진 가운데, 1경기에서 홍콩이 대만을 접전 끝에 3-2로 물리치며 이번 대회 남녀 80개 참가팀 가운데 가장 먼저 메달을 획득했다. 세계탁구선수권은 3·4위전 없이 결승 진출에 실패한 두 팀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에, 8강전에서 이기면 자동으로 동메달이 확보된다.
앞서 여자부는 예선 8개 조에서 톱시드를 받은 세계랭킹 1~8위 국가들이 모두 8강에 올랐다. 중국(1위)·일본(2위)·독일(3위)·대만(4위)·한국(5위)·홍콩(6위)·루마니아(7위)·프랑스(8위)가 모두 각 조 1위를 차지하며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16강전에서도 이변없이 승리를 거뒀다. 한국·대만·홍콩이 각각 브라질·인도·폴란드를 3-1로 꺾었고, 나머지 팀들은 모두 3-0으로 상대를 손쉽게 제압했다.
남자부도 톱시드 8개국 중 6개팀이 8강에 올라 메달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중국(1위)·독일(2위)·한국(3위)·프랑스(4위)·일본(5위)·스웨덴(6위)·브라질(7위)·포르투갈(8위) 중에서는 스웨덴이 16강에서 대만에 일격(2-3 패)을 당했다. 브라질도 에이스 휴고 칼데라노의 불참으로 전력이 약화하면서 슬로베니아에 조 1위 자리를 내준 뒤 24강에서 크로아티아에 패(0-3)하며 짐을 쌌다.
남자부에서는 프랑스가 가장 먼저 동메달을 확보했다. 22일 오후 열린 8강 1경기에서 같은 유럽의 포르투갈을 3-1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팀은 23일 유럽 복병 덴마크와 8강전을 치른다. 예선 4조에서 프랑스에 이어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 덴마크는 24강에서 헝가리를 3-1로 꺾었고, 16강에서 슬로베니아를 접전 끝에 3-2로 물리쳤다. 덴마크는 톱시드는 아니지만 앤더스 린드, 조나단 그로스 등 까다로운 선수들이 포진한 팀으로 알려졌다.
한국 남자대표팀 주세혁 감독은 “이번 대회 들어오면서 덴마크를 계속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린드 선수가 굉장히 다양하게 탁구를 치는데 작년 더반(남아공) 세계선수권에서 장우진 선수가 진 적도 있다”며 “별다른 전략은 없고, 덴마크 선수들의 플레이에 맞춰 준비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덴마크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분위기다. 21일 인도와 16강전 승리 직후 맏형 이상수는 “결국 승리하러 여기에 온 것이다. 8강도 승리하고 4강도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에이스 장우진도 “올림픽 티켓을 땄지만, 첫 번째 목표는 4강 진출이다”며 “저희는 아직 승리에 배고프다. 소화를 못 시킬 정도로 많이 이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임종훈 역시 “이번 대회를 평소보다 더 간절하게 준비했다. (장)우진이 형 말대로 배가 고프다. 그만큼 더 잘하고 싶다”며 “부산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8강·4강 상대가 누가 됐든 좋은 시합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남자팀은 23일 오전 10시 덴마크와 일전을 치른다. 이날 덴마크를 꺾는다면 중국-일본 맞대결 승자와 24일 4강에서 만난다. 객관적 전략상 앞서는 중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강’ 중국 남자팀은 2001년 오사카(일본) 대회 단체전 우승 이후 이번 부산 대회까지 11연속 우승을 노린다. 최근 3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수확한 한국 남자팀은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부산 대회에서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한다.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일단 4강에서 ‘큰 산’ 중국을 넘어야 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