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 남수단 제자, 한국 전문의 됐다

입력 : 2024-02-25 09:22:39 수정 : 2024-02-25 17: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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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부 권유로 한국에 온 두 남성
인제대 의대 진학·전문의 시험 합격
서울·부산 백병원 전임의 과정 후
고향서 인술 실천·후학 양성 다짐


이태석 흉상 앞에 선 토마스 타반 아콧(왼쪽)과 존 마옌 루벤. 인제대학교 백병원 제공 이태석 흉상 앞에 선 토마스 타반 아콧(왼쪽)과 존 마옌 루벤. 인제대학교 백병원 제공

“이태석 신부님을 본받아 인술을 펼치겠습니다.”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이름을 알린 고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 두 명이 한국에서 전문의가 됐다. 이들은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던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술과 구호 활동을 펼친 이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인술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인제대학교 백병원은 2024년 제67차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 2727명 중 남수단 톤즈 출신 토마스 타반 아콧과 존 마옌 루벤이 포함됐다고 25일 밝혔다. 외과를 전공한 토마스는 서울의 상계백병원에서, 내과를 선택한 존은 부산백병원에서 전임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고 이곳에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이태석 신부님 덕분”이라며 “전공의 수련에 어려움 없이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인제대 백병원 교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마스와 존이 한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이 신부의 권유였다. 이들은 그가 설립한 수단어린이장학회 지원으로 2009년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 이 신부가 대장암으로 선종하면서 슬픔에 빠지기도 했지만, 의사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은 접지 않았다.


생전 이태석 신부와 수단 아이들. 부산일보DB 생전 이태석 신부와 수단 아이들. 부산일보DB

오히려 이 신부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더욱 공부에 몰두했고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의학과 한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이들은 인제대에서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받으며 공부했다.

결국 토마스와 존은 각각 83회, 84회 의사 국가시험에서 합격의 결실을 맛봤다. 이후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마치고 토마스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외과, 존은 부산백병원 내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거친 뒤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두 사람이 외과와 내과를 선택한 건 남수단으로 돌아가 의료활동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토마스는 “남수단에는 외과 의사가 부족해 빨리 수술받지 못하고 간단한 급성 충수염이나 담낭염에도 죽는 사람이 많다. 외과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존도 “말라리아, 결핵, 간염, 감염성 질환 등 내과 질환을 앓는 사람이 특히 많아 내과를 전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토마스와 존은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고향인 톤즈로 돌아가 이 신부가 못다 이룬 인술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로 ‘펠로우’로도 불린다. 이들은 의료활동은 물론 후배 의사를 양성에도 매진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태석 신부님은 평소 “힘든 일이 있어도 연연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이 말씀을 되새기며 고향에서 신부님이 못다 펼친 인술을 실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후 가톨릭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살레시오회에 입회했다. 2001년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로 건너가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구호·의료·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2010년 1월 대장암으로 48세에 선종했다.

이 신부의 생전 이야기는 같은 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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