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서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노선 확보를 위해 뛰어드는 매력적인 공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가덕신공항 설립과 관련한 장기 목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울경뿐만 아니라 전라권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다. 멀게는 일본 규슈 권역과도 연계가 가능하다. 한중일 노선을 이어 환승객을 유치할 수 있는 합작법인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은 가덕신공항 항공 수요를 동남권으로 한정하고 있는 데다 제대로 된 비전과 목표도 담겨있지 않다.
가덕신공항을 책임지고 운영할 거점 항공사가 아직도 확보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항공사가 없으니 중장거리 노선과 슬롯 확보는 꿈도 꾸지 못한다. 국토부가 통합LCC 본사를 지역에 두겠다는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대한항공의 결정으로 미룬 데다, 산업은행이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유력한 에어부산의 거취마저 나몰라라 하면서 가덕신공항은 짓기도 전에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반해 2030년 완공 예정인 TK신공항은 순항 중이다. 대구시가 2022년 티웨이와 본사 이전 협약을 맺고 거점 항공사 지원에 나섰다. 티웨이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노선을 이관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노선 확보도 이뤘다. 신공항 성장의 발판을 이미 마련한 셈이다.
신라대 김재원 항공대학장은 “코로나19 때 항공산업이 위기를 맞자 정부가 산은을 통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추진하면서 제2 허브에 본사를 두자는 발언에 다들 기대를 걸었는데 무너졌다”며 “거점 항공사를 중심으로 가덕신공항이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의 결자해지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가덕신공항의 여객 화물 수요를 보수적으로 예측한 국토부를 적극 설득해 가덕신공항의 여객 화물 처리 능력을 높일 대안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토부 기본계획상 가덕도신공항의 2065년 화물 처리능력은 34만 t으로, 올해 인천공항 처리 능력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여객 역시 2046년 기준 3800만 명에 그친다.
반면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기본계획 수립 후 장기적인 로드맵을 따라 차질 없이 확장돼 왔다. 올해 말 제4 활주로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제5 활주로 건설을 주 골자로 한 5단계 확장을 계획 중이다. 5단계가 완료되면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은 1억 3000만 명에 달하며 화물은 1000만 t까지 처리가 가능해진다. 부산시는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 직후 곧바로 활주로 1본을 추가 건설하는 2단계 확장 방안 등을 내놨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자체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산연구원 이은진 선임연구위원은 “기본계획은 공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기본계획을 수정하고 장기 비전을 마련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주변 배후 단지 구축, 기업 유치, 공항 운영 등 국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덕신공항이 남부권 경제발전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