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15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 톱10 해운사 중 6개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톱10 해운사 중 덴마크 머스크(2위)와 프랑스 CMA-CGM(3위), 독일 하팍로이드(5위), 일본 ONE(6위), 대만 양밍(9위), 이스라엘 짐라인(10위)이 영업 적자를 나타냈다.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스위스 MSC(1위)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중국 코스코(4위)를 제외하면 8개 해운사 중 6개사가 마이너스 실적을 올린 셈이다.
특히 머스크는 매출의 13%에 달하는 9억 2000만 달러(약 1조 237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팍로이드와 ONE의 적자 규모도 2억 4500만 달러(약 3295억 원), 2억 4800만 달러(약 3335억 원)였다.
이는 코로나19 특수 종료와 경기침체 여파로 해운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4분기 1000포인트 언저리를 맴돌며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HMM은 대만 에버그린(7위)과 함께 흑자를 기록했다. 덴마크 해운조사전문기관인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영업이익은 119달러로, 머스크(94달러)보다 많았다.
HMM은 2020년 2분기 흑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15개 분기 연속 플러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 장기침체를 맞아 HMM이 2011년부터 9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이는 용선료 부담을 줄여준 초대형선 확보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HMM은 2020년 4월부터 2만 4000TEU급 12척, 1만 6000TEU급 8척 등 20척의 초대형선을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HMM의 1만 5000TEU 이상 초대형선 비율은 53%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상위 20개 선사 평균인 23%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2022년 발주한 1만 3000TEU급 12척이 올해 모두 인도되면 초대형선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초대형선 확보로 TEU당 운임 원가가 개선됐고, 사선 확보로 용선 비율을 낮춰 비용 부담도 줄었다”며 “선제적인 스크러버 설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으로 해운업 화두인 탈탄소화에도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