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큰 병원 못 가고 먼 병원서 치료받는 현실, 마음 아파”

입력 : 2024-03-28 18:13:19 수정 : 2024-03-28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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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심근경색 90대 여성
부산 대학병원 전원 거절로
울산 병원서 시술받다 숨져
유족 “집 근처 병원 거부 의문
응급실 뺑뺑이 입증도 유족 몫”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 동안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 등 모두 158명을 병원 20곳에 파견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설치된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응급실 정상 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 동안 군의관 20명과 공중보건의 138명 등 모두 158명을 병원 20곳에 파견해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할머니는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심근경색 처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왜 집에서 더 가까운 부산 대학병원에서 처치를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입니다. 실제로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다는 사실도 아쉽습니다.”

지난 6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A(96) 씨가 부산 한 대학병원의 전원 거절로 울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부산일보 3월 27일 자 6면 보도)했다. A 씨의 손자 B(28) 씨는 28일 〈부산일보〉에 이렇게 털어놨다.

당시 A 씨는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 먼저 옮겨졌다가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 처치가 어려워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문의했지만 “심근경색 환자 처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했다. 결국 A 씨는 10km 정도 더 떨어진 울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지만 지난 8일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B 씨는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을 때 법률 상담을 받겠느냐고 해서 변호사와 연결이 되었는데 병원 전원 당시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유가족이 입증해야 해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입증하기 쉽지는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산의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A 씨가 고령이었고 조금 떨어진 병원에 이송되기는 했지만 울산의 종합병원에서 스텐트 시술 후 회복 중 돌아가셨다는 점에서 ‘응급실 뺑뺑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심장내과 전문의라도 스텐트, 말초혈관 전문 등 전공에 따라 세부적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다르고 당시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는 담당 교수가 있었더라도 비슷한 다른 환자를 보느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어 변수가 많다”면서 “핵심은 환자의 상황을 판단해 처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을 빨리 찾아 전원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대 정원 증원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부산 서구에서 60대 여성 심정지 환자가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대응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하고 영도구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결국 숨졌다. 전공의 공백과 상관없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인 만큼, 환자가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장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전원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B 씨는 “할머니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상을 바라고 복지부에 신고한 것이냐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90대 환자든 20대 청년이든 누구나 최선의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 상담받았는데 이참에 복지부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대폭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최근 같은 대학병원 감염내과에 진료를 요청했더니 전공의 공백 상황으로 더 이상 신규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고 훨씬 먼 다른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결국 피해는 환자가 다 짊어지는 만큼 하루빨리 이 갈등이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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