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심근경색 처치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울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왜 집에서 더 가까운 부산 대학병원에서 처치를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입니다. 실제로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다는 사실도 아쉽습니다.”
지난 6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A(96) 씨가 부산 한 대학병원의 전원 거절로 울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부산일보 3월 27일 자 6면 보도)했다. A 씨의 손자 B(28) 씨는 28일 〈부산일보〉에 이렇게 털어놨다.
당시 A 씨는 부산의 한 공공병원에 먼저 옮겨졌다가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원에서 처치가 어려워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문의했지만 “심근경색 환자 처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했다. 결국 A 씨는 10km 정도 더 떨어진 울산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지만 지난 8일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B 씨는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을 때 법률 상담을 받겠느냐고 해서 변호사와 연결이 되었는데 병원 전원 당시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유가족이 입증해야 해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입증하기 쉽지는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산의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A 씨가 고령이었고 조금 떨어진 병원에 이송되기는 했지만 울산의 종합병원에서 스텐트 시술 후 회복 중 돌아가셨다는 점에서 ‘응급실 뺑뺑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심장내과 전문의라도 스텐트, 말초혈관 전문 등 전공에 따라 세부적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다르고 당시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는 담당 교수가 있었더라도 비슷한 다른 환자를 보느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어 변수가 많다”면서 “핵심은 환자의 상황을 판단해 처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을 빨리 찾아 전원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대 정원 증원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부산 서구에서 60대 여성 심정지 환자가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대응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하고 영도구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결국 숨졌다. 전공의 공백과 상관없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인 만큼, 환자가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가장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전원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B 씨는 “할머니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상을 바라고 복지부에 신고한 것이냐는 댓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90대 환자든 20대 청년이든 누구나 최선의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에 상담받았는데 이참에 복지부 피해신고센터 운영을 대폭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최근 같은 대학병원 감염내과에 진료를 요청했더니 전공의 공백 상황으로 더 이상 신규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고 훨씬 먼 다른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결국 피해는 환자가 다 짊어지는 만큼 하루빨리 이 갈등이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