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배 부산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외부 은하’를 관측했다. 미지의 천체 하나가 초신성(1993J)이라는 것도 최초로 밝혀냈다. 부산에 이 같은 은하 관측천문학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은하의 모든 순간>은 표준우주론이 성립되던 역동적인 시대, 우리 은하 천문학자의 치열한 연구 이야기다. 표준우주론은 우주 생성 초기에 급팽창이 있었다는 가설을 포함하는 모형으로 아인슈타인이 제안했다.
서구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천문학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우리도 천문학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서울대 천문학과 1회 졸업생인 저자는 1978년 소백산천문대가 만들어지며 비로소 관측을 시작한다. 고도가 1367m인 소백산천문대의 겨울철 실내 온도는 영하 10도가 보통이었다니 그 사정이 짐작이 간다. 그렇게 매일 은하를 보다, 은하를 분류할 생각을 하게 된 결과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참조하는 ‘은하의 형태 분류 목록’이다. 소백산천문대에서 이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 관측은 우리나라 천문학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 천문학의 발전 과정을 잘 보여준다. 우주의 이해에 전환점을 만든 세계적인 천문학자들과의 학문적 교류 경험도 한데 얽혀 아름다운 우주론이 그려진다. 우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팽창한다. 인간만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모든 사유는 의미가 없다. 밤하늘을 새롭게 바라보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어진다. 천문학이 만만찮기에 뒤쪽에 천문학 기초 용어를 실어 문외한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안홍배 지음/위즈덤하우스/336쪽/2만 2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