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나는 솔로!”

입력 : 2024-04-17 18: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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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했다. 많은 해설이 가능하지만, ‘음과 양이 만나 어우름이 도(진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겠다. 여하튼 음과 양이 만나면 격렬하게 반응한다. 서로 어우르며 만물을 키워 낸다. 인간에서 음과 양은 곧 여와 남이다. 여와 남이 짝이 되면 격하게 사랑하고 역시 어울어 생명을 일궈 낸다. 여남의 짝짓기는 그래서 고결하고 신성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 통계가 증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결혼은 19만 4000여 건. 2011년에는 32만 9000여 건이었다. 줄어드는 속도가 가히 무섭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꺼려한다. 실제로 전국 미혼 여남 중 “연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4%에 불과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연애는 손해’라는 생각이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그런데 그런 세태에 맞춤하지 않은 현상이 있다.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한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여러 방송 채널을 통해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이다. 현재 방영되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5~6개 정도인데, 그중 하나가 ‘나는 솔로(SOLO)’다. 시즌을 이어가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된 사연을 모르면 항간의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다. 미혼 여남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짝을 찾는 과정이 보는 이들까지 웃고 울린다.

이를 모방해 김해시가 만든 인구정책 프로그램이 ‘나는 김해 솔로’다. 김해 각지 명소에서 1박 2일간 미혼 여남에게 데이트할 기회와 환경을 제공한다. 이게 요즘 시쳇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 지원자가 몰려 남성은 못 해도 10 대 1, 여성은 3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한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13~14일 한 캠핑장에서 진행된 행사에선 미혼 여남 각 10명이 참여해 무려 5쌍이 짝이 되는, 그러니까 50%의 성공률을 보였다.

연애와 결혼을 기피하는 요즘 젊은이라고 해서 이성을 향한 욕념까지 없는 건 아닐 터이다. 하기야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 격하게 사랑의 불꽃을 피우는 게 젊음의 진정 아니겠는가. 맘껏 연애하시라. 혼자 살기도 각박한 세상에 연애는 손해라고? 사람이 굳이 여남으로 구분돼 세상에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음양의 도리는 곧 어우러짐이고, 여남 역시 서로 어울러야 한다. 걱정일랑 접어 두고 당당히 “나는 솔로다” 외치며 짝을 찾으시라.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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