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셀카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일까?

입력 : 2024-04-18 14:17:43 수정 : 2024-04-18 15:55:3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황의진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표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표지.

이 시대의 ‘스윗’한 남친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 유튜브에 이런 검색어를 넣어봤을 거다. ‘여친 사진 잘 찍어주는 법.’ 검색 결과에는 ‘생존전략’이라는 무시무시한 부제가 붙기도 한다. 맞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들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여친의 다리 길이를 1.5배 이상 늘리고, 얼굴 크기는 절반으로 줄이는 절대신공을 익혀야 한다.

여성들은 왜 본인의 사진에 이토록 집착하는가. ‘젊은 여성’임에도 지극히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저자는 또래 여성들이 왜 그렇게 자신을 찍는지, 또 왜 그렇게 SNS에 공들여 업로드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를 썼다.

예전부터 여자(Beauty)는 아기(Baby)·동물(Beast)과 함께 사진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피사체였다. 그래서 흔히들 ‘3B’로 셋을 묶는다. 지극히 수동적인 피사체 역할에서 스스로 사진을 찍는 능동적인 역할로 바뀐 것은 2000년대 초중반 무렵. 저자는 여성들이 셔터의 주도권을 갖게 된 계기로 ‘폰카’와 ‘싸이월드’를 꼽았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촬영이 가능해지자, 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사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세간의 편견은 젊은 여성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하지만, 정작 저자가 만난 많은 여성들은 대답은 세간의 편견과는 다소 다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사진·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여성에게 더 많은 주체성을 줬지만, 또한 더 쉽게 ‘대상화’의 객체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SNS에 범람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사진은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처럼 상품화되어 남성 집단의 품평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왜 여성들은 왜 자신을 찍을까. 책에서는 정답은 아니더라도 여성이 말하는 스스로의 해답(누군가는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정도는 찾을 수 있다. 황의진 지음/반비/276쪽/1만 8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