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냉해, 올해는 가격 폭락?…진주 배 농가들 ‘극과 극’ 날씨에 한숨

입력 : 2024-04-18 16:37:45 수정 : 2024-04-23 15: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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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 속 배꽃 ‘풍성’
냉해 없고 수정률도 높아
풍작·병해충 걱정에 ‘한숨’

진주의 배 재배 농민이 배꽃을 살피고 있다. 냉해 피해를 입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높은 수정률을 기록했지만 잦은 비로 인한 병해충 피해 우려로 농민들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의 배 재배 농민이 배꽃을 살피고 있다. 냉해 피해를 입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높은 수정률을 기록했지만 잦은 비로 인한 병해충 피해 우려로 농민들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난해 역대급 냉해 피해를 입었던 배 농가들이 올봄 배꽃 수정률이 크게 상승했는데도 여전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해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올해는 출하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병해충 확산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8일 진주지역 배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후 배꽃이 만개했으며, 현재 자연·인공수정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이상고온에 이어 영하권 꽃샘추위가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배꽃 80% 정도가 떨어지는 등 심각한 냉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따뜻한 봄 날씨 탓에 올해는 냉해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아 저지대를 중심으로 배꽃이 흐드러질 정도로 많이 피었다. 작년에는 수정이 잘 안 돼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수정까지 잘 됐다. 벚꽃이 진 뒤 배꽃이 순차적으로 피다 보니 벌이 자연스럽게 날아들었고 자연수정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다수 농민들이 인공수정까지 진행하다 보니 평년 대비 수정률이 상당히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올해 출하량 증가로 인한 가격 폭락 가능성이 점쳐졌고 잦은 봄비 때문에 병해충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정량의 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가별 열매솎기가 필수가 됐는데 현재 일손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열매솎기는 통상 4월 말쯤 진행되는데,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본격적인 농번기를 피해 벌써부터 시작한 농가조차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한 농민은 “지난해 냉해로 과일 값이 폭등했는데 일부 농민이 욕심을 내 과실을 많이 남길 가능성도 높다. 수가 적으면 상관이 없지만 수가 많으면 결국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출하량이 많았던 2022년에 농민들이 힘들어했는데 그때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해충 우려도 예년에 비해 큰 편이다.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잦고 양이 많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4월 17일까지 경남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평균 193.4mm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3.4mm, 2022년 109.7mm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많이 내렸고, 강수일수 역시 평년 대비 2~3일 정도 많았다. 배의 경우 봄철에 비가 자주 내리면 흑성병이나 갈색점무늬병이 확산될 우려가 크고, 방제 효과도 떨어진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모든 과실이 비슷하겠지만 봄에 비가 많이 내리면 병해충에 걸리기 쉽다. 방제 노력이 중요한데 자주 비가 내리면 약제가 비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효과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정용진 씨는 “기후변화 탓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는 건 확실하다. 한 지역에서도 고지대와 저지대의 차이가 크고 지역별로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인건비까지 폭등하다 보니 해마다 계속 가슴을 졸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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