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일 근무가 대수냐”… 허리띠 바짝 죄는 기업들

입력 : 2024-04-18 18:15:3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삼성·SK 등 토요 임원 근무·회의
반도체 등 환차익 불구 비상 경영
철강·항공업 등 환차손 심화 조짐
해운·물류업 직격탄 부산도 위기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에도 불구하고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비상 경영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신호등에 주황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에도 불구하고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비상 경영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신호등에 주황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고금리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복합 악재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 임원들은 이번주부터 주 6일 근무를 한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재계 1위 삼성이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룹 맏형 삼성전자는 경영 지원·개발 담당 임원 중심의 주 6일 근무를 생산과 영업 등 나머지 임원들로 확대하고,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임원들도 주 6일 근무에 동참한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도 시행을 검토 중이다.

삼성의 비상 경영 전환은 재계 전체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SK그룹은 이미 2월부터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4년 만에 부활시켜 격주로 회의를 열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주요 임원들은 휴무일로 지정된 ‘해피 프라이데이’에도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점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사업 재편 방향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그룹 역시 최근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사업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계열사 임직원들의 골프와 해외 출장 등을 제한한 상태다. 이마트는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건설업은 유례없는 불황에 도급 순위 상위 기업들까지 줄도산 위기라는 전망이 들린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과 자동차 업계는 달러를 벌어 들여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일부 환차익 수혜로는 실적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과거 고환율에 명암이 갈리던 분위기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등 글로벌 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의 경우, 실질실효환율(원화)이 10% 하락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수출전략이 점차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면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수출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와 같은 효과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대신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강업계와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 등의 시름은 더 깊어지는 터라 우리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 경제를 지탱하는 해운과 물류업계는 ‘삼중고’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 최대 25%를 유류비로 쓰는 이들 산업은 고유가와 고환율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선박 선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주류나 담배 등 선원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달러로 매입해 판매하는데, 환율이 오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정관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제지업체 대표는 “글로벌 불경기가 장기화 되자 모든 상황이 다 어려워졌다”며 “결국 정부의 정책자금이나 금융 지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고금리로 자금 융통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온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