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두 달… 의사도 환자도 지쳤는데 손 놓은 정부

입력 : 2024-04-18 18: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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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한 달째 당직실 숙식”
환자단체, 전공의 명단 공개 추진
정부, 대안 없이 기존 입장 고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0일째인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0일째인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지 2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의료계와 환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과 회진, 외래에 당직 업무까지 떠맡은 수련병원 교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번아웃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의료진이 부족해 진료가 제한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외래 진료 축소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부산대병원 한 교수는 “한 달째 당직실에서 숙식하는 교수들이 숱하고, 이제는 환자들마저 자신을 봐주던 의사가 일을 못 하게 됐을 때 다른 의사의 진료를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개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의료 공백 해결과 환자 중심 의료 환경 구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데 이어,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사직한 후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 명단을 입수해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조만간 정보공개를 청구, 사직 전공의 명단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 1994명이다. 전체 인원 대비 이탈률은 92.9%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다음 달 전공의 일부가 돌아올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상도 나온다. 이른바 ‘빅5’ 등 주요 대형병원에서 전임의(펠로·전문의를 딴 뒤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임상강사)의 복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4월에 군 복무를 마친 전공의들이 5월께 입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 등이 전공의 복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총선 이후에는 의정 갈등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대안 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 갈등이 단시간에 극복되기보다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환자들 피해를 넘어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각계의 합리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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