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평당 4000만 원’ 본격화… 미분양 부추길라

입력 : 2024-04-18 18:55:00 수정 : 2024-04-18 18: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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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일동 초고층 4000만 원 육박
남천동·재송동 예정지도 웃돌 듯
분양 성패에 지역업계·수요자 이목
미분양 땐 시장 ‘찬바람’ 장기화

부산에서 건립 중인 일부 아파트에 평당 4000만 원 안팎의 분양가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부산 동구 범일동에 건립하고 있는 ‘블랑써밋74’ 부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건립 중인 일부 아파트에 평당 4000만 원 안팎의 분양가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부산 동구 범일동에 건립하고 있는 ‘블랑써밋74’ 부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주요 입지에서 건립되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들이 평(3.3㎡)당 4000만 원을 넘나드는 분양가를 적용할 전망이다.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쌓인다면, 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동구 범일동에 건립하는 ‘블랑써밋74’가 이르면 오는 6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55보급창 인근에서 북항을 바라볼 수 있는 입지에다 최고 69층의 초고층 하이엔드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 성패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정확한 분양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평당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에 달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호텔 라운지를 표방하는 단지 내 커뮤니티와 최고급 가전·가구 등을 앞세운 이 아파트는 하이엔드답게 40~50평형대가 주를 이룬다. 각종 옵션을 제외하고도 15억 원을 넘기는 분양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단지는 대우건설이 옛 한진택배 물류센터 자리를 직접 매입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건설사 측의 손해가 커지겠지만,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블랑써밋74와 같은 지역 분양시장 ‘대어’의 성적표는 다른 아파트 분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수영구 남천동 메가마트 부지에서 추진하는 주택 개발사업도 전례 없는 고분양가가 예상된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땅 소유주인 부산도시가스로부터 6328억 원을 주고 부지를 매입했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최고 39층, 845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하고 여기에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할 방침이다. 부산의 전통적인 부촌인 남천동에 광안대교를 내려다보는 조망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입지를 감안해도 토지 매입가가 비교적 비쌌던 만큼 높은 분양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4000만 원 중반대에 육박하는 분양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CY)에 들어설 예정인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역시 4000만 원이 넘는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역 업계와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책정으로 인한 미분양 적체를 우려한다. 물론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극도로 침체돼 있던 부산 지역 분양시장의 반전을 꾀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분양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분양이 상당수 나온다면, 그렇지 않아도 동력을 찾지 못하는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실제 지난 1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3372가구로 2019년 10월(4380가구)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1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174가구로 전월 대비 292가구(33.1%)나 증가하며 가파른 속도를 보였다.

부산의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야 상관이 없겠지만 지금처럼 안 좋을 때 고분양가를 고수하다 미분양이 나면, 시장 상황만 주시하며 분양을 계속 미루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원자잿값 상승과 PF 부실 사태 등으로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고분양가는 미분양의 직접적 원인이며, 미분양 적체는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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