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가수 김호중(33) 씨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씨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후 김 씨 측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나타났다.
김 씨의 사고 3시간여 뒤인 10일 오전 2시께 김 씨의 매니저인 30대 남성은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매니저는 사고 당시 김 씨가 입었던 옷을 입고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차량 소유주가 김 씨인 점을 확인한 경찰의 추궁 끝에 김 씨는 직접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김 씨는 사고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에야 경찰의 요구에 따라 출석했고, 음주 측정 결과 음성이 나왔다.
그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메모리 카드가 빠져 있었다.
경찰은 사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이 이뤄지고, 그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만큼 김 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 매니저도 입건해 거짓 자백을 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김 씨 측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거나 고의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숨겼는지도 수사 중이다. 사실로 드러나면 범인도피나 증거인멸 등 혐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YTN이 공개한 사고 당시 CCTV에 따르면 김 씨의 차량은 반대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듯 줄지어 서있는 차량 옆을 지나가다 중앙선을 넘어 택시를 들이받았다. 차체의 한쪽 바퀴가 들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하지만 김 씨의 차량은 잠시 머뭇거리다 속도를 내 화면 밖으로 달아났다.
목격자는 "갑자기 꽝하더니 그 택시를 올라탔다. 내려보지도 않고 잠깐 멈췄다가 그냥 악셀을 밟고 가버리더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일 저녁 김호중이 택시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그 사이에 택시 기사께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이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 측정을 받았다"면서 음주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김호중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소속사와 김호중은 사후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