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에 역풍 불었나…추미애 탈락 배경·파장은

입력 : 2024-05-16 15:44:11 수정 : 2024-05-16 15: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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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명심 앞세워 노골적으로 추미애에 밀었다 역풍
“추미애 행적, 굉장히 불안”…다선 의원 거부감도 작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에서 4·10 총선 이후 계속된 친명(친이재명)계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16일 치러진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주요 당직을 모두 차지하고 국회직까지 장악하려는 친명계의 ‘작업’이 당선인들의 반발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엣는 강성 친명계인 추미애 당선인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다. 추 당선인이 노골적으로 명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3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이재명 대표가 말씀을 줬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지난 12일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대세론은 더 강화됐다. 경쟁자 사퇴와 관련해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찐명’(진짜 친명)으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선거 후보 등록 직전 조 의원과 정 의원을 만나 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 핵심인사들도 공개적으로 추 당선인을 지지하면서 명심을 거론했다. 강성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조, 정 의원 경선후보 사퇴에 이 대표의 뜻이 실렸느냐는 질문에 “반영이 안 됐다고 말하는 것이 상당히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승리에 대해서 “안 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16일 우 의원의 승리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큰 충격이었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에는 당선인 총회 회의장에 적막이 흘렀을 정도다. 당선인들 사이에서도 축하의 환호성이나 큰 박수 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당에선 당원 게시판도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들끓었다. 한 당원은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당했다”라고, 또 다른 당원은 “민주당 재선 이상 ‘국개’(국회의원의 멸칭)들 아직도 멀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명심을 내세운 국회의장 후보 교통정리에 대해선 이미 당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거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라며 “구도를 정리하는 일을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추 당선인의 ‘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추 당선인의 살아온 행적, 정치적 행보가 굉장히 불안”하다면서 “3선쯤 된 의원들은 거의 다 겪어봤기 때문에 제일 불안한 후보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명심 교통정리에 대해서도 “한 사람을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친명계의 인위적 교통정리를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비주류의 반발이 커졌고 향후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단독 추대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우 의원의 선출이 22대 국회에서 협치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의장의 정치적 협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경선 승리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회란 대화하는 기류가 중요하다”며 “여야 간의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야의 가파른 대치로 정국이 경색될 때 전임 의장들처럼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는 등 중재 노력을 먼저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대해 국민의힘은 “축하를 전한다”면서도 “한편으로 우려가 앞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출 과정에서 보인 ‘명심팔이’ 경쟁에서 국익과 민생에 대한 걱정보다, 국회를 이재명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더 커 보였다”면서 “여야는 끊임없이 대화와 소통으로 합의를 끌어내야 하며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적 입장에서 그 간극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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